흡연 단속 강화 불구 서울 25개 자치구 단속 천차만별…서초구 등 강남 3구는 단속 세지만 성동구 등 강북 지역 자치구들은 거의 단속 안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혜영 기자] 3일 저녁 서울 광진구 화양동 '맛의거리' 골목에 위치한 한 PC방. 지난 7월부터 PC방 흡연 단속이 실시됐지만 이곳에선 '남의 일'이었다. PC방 전체에 담배연기가 꽉 차 있었다. 그동안 각종 매체에서 쏟아져 나온 "PC방 주인들이 흡연 단속으로 손님이 줄어들어 아우성"이라는 보도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PC방 주인 김모(57)씨는 "손님들이 피워도 되냐고 물으면 당연히 피우라고 한다"며 "구청에서 왔다 가기는 하지만 단속은 안 하고 재떨이나 치우라고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PC방 외에도 이 골목에 위치한 식당, 술집 등은 대부분 흡연 단속의 '예외 지대'라도 되는 양 손님들이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막걸리 전문점 사장은 "영업시간에 구청에서 흡연단속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손님들을 안심시켰다. 비슷한 시각 서초구 강남대로 인근의 식당들은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재떨이도 치워져 있었고, 담배 피우는 손님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 보쌈집에선 손님들이 담배 피워도 되냐고 묻자 주인이 "절대 안 된다. 언제 단속이 나올지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식당이 위치한 강남대로는 서초구청 흡연 단속의 주 타깃이 된 지 오래다. 특히 7월부터 일정규모 실내에서도 흡연이 금지된 후에는 이 보쌈집 근처에서만도 여러 식당이 구청의 단속에 적발됐다고 한다. 덕분에 이곳은 길거리에서조차 담배 피우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이 보쌈집 사장 이모(40)씨는 "서초구는 고속터미널이나 강남대로는 물론 주택가의 어린이집 근처까지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단속을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여러 명이 걸려서 과태료를 내는 걸 봤다"며 "단속원 두 명 정도가 짝을 이뤄서 돌고 있는데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정부 및 각 지자체가 금연 구역을 확대하고 흡연에 대한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들의 흡연 단속 실태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등 일부 구는 별도 인력을 고용해 적극 단속에 나서고 있는 반면, 상당수의 구들은 인력ㆍ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을 방치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상황은 서울시가 최근 집계한 '서울시 흡연 단속 현황' 통계에 잘 나타나 있다. 올해 1~7월 서울시 및 25개 자치구의 흡연단속 실적은 실내 2040건, 실외 1만2251건 등 총 1만4291건인데, 이 중 서초구가 실내 721건, 실외 1만576건 등 총 1만1297건으로 전체의 79%를 차지했다. 나머지 구들은 강남구(339건), 송파구(447건), 영등포구(268건), 용산구(373건) 정도가 그나마 흡연 단속을 하는 편이었고 다른 구들은 거의 단속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동구, 광진구, 도봉구, 노원구, 서대문구 등 5개 구는 단속 실적이 '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구도 중랑구, 강북구, 마포구, 구로구, 강동구가 각각 1건만 단속하는 데 그쳤다. 동작구(31건), 관악구(24건), 성북구(28건) 등도 '상징적' 수준의 단속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자치구별로 흡연 단속의 편차가 큰 것은 구청장 등의 단속 의지와 예산ㆍ인력 사정 등의 차이 때문이다. 흡연 단속 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한 서초구의 경우 전익철 구청장이 2010년 취임한 후 강력한 흡연 단속 정책을 펼치고 있다. 10여명의 단속 전문 계약직원을 채용해 강남대로 일대, 고속터미널ㆍ남부터미널 일대 등 거리에서의 흡연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또 학교 및 어린이집이 위치한 곳은 주택가라고 하더라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단속 중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현 구청장 취임 이후 일자리 창출도 하고 시민들의 건강권도 보장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흡연을 단속하고 있다"며 "단속 전담 인원의 인건비 정도는 과태료를 거둬 대부분 충당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지자체들의 경우 주 단속 대상인 자영업자들의 민원이나 구청장의 의지 부족, 인력ㆍ예산의 한계 등 때문에 흡연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흡연 단속 건수 0건인 노원구 관계자는 "그동안 계도 위주로 흡연 단속을 해오긴 했다. 하고 싶어도 인력이 없고 예산이 부족해 단속을 못했는데 이번 달부터 전담 인력 2명을 채용해 본격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이혜영 기자 itsm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김봉수 기자 bskim@사회문화부 이혜영 기자 itsm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