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시리아 군사개입을 놓고 국내외에서 회의론이 부상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독자적' 수순 밟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긴급 회견을 열고 "잘못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스스로의 시간표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담은 비밀 정보보고서를 공개했다. 또한 사망자가 아동 426명을 포함해 모두 1429명에 이른다며 구체적인 피해자 숫자도 밝혔다.백악관과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은 같은 보고서 내용을 30일(현지시간) 의회 지도자들과 주요 상임위 멤버들을 상대로 브리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현지시간)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시리아 정부군을 향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이와 같은 움직임이 국내에서서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의회가 정부의 군사개입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있다.군사개입에 대한 의회의 사전승인을 요구하는 스콧 리겔(공화·버지니아) 하원의원이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는 하원 의원 435명 가운데 20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공격 결정이 사전 의회 승인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헌법 제1조에는 의회가 선전포고권을, 대통령은 군을 지휘해 전쟁을 치르는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격 개시 전에 의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선례를 보면 대통령이 의회의 사전 또는 사후승인을 얻지 않고 군사력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오바마 정부가 2011년 리비아를 공습할 때 의회로부터 승인을 얻지 않은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승인이 필요하다는 법률자문기구의 의견을 묵살했고, 의회에서는 그의 독자적 결정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돼왔다. 이번 시리아 군사개입 문제를 놓고도 백악관과 의회간에 유사한 논쟁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법률적 권한과 근거를 갖고 자체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의 사전승인을 요구하는 다수 의원들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급박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내 여론 역시 의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NBC 뉴스가 30일(현지시간)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2%의 응답자만이 군사개입을 지지했고 50%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응답자의 79%가 의회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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