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미하엘 쿤체, 오스트리아 황후의 실제 이야기 극으로 담아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지난해 2월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 뮤지컬 '엘리자벳'은 불과 2년 만에 한국 뮤지컬계에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유럽 비엔나에서 탄생시킨 '엘리자벳'은 이미 전세계적으로는 10개국 7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매료시킨 화제작으로 급부상했지만, 한국 관객들에는 다소 생소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이상이었다. 김준수(JYJ), 옥주현 등의 스타 마케팅과 웅장하고도 화려한 무대연출, 극적인 스토리 라인 등이 어우러지면서 한국 초연 당시 15만명 관객 동원에 전회 기립박수를 기록했다. 올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공연을 놓친 이들이나 재관람을 원하는 충성팬들이 몰려 '여름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지난 6일 '엘리자벳'의 마지막 티켓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예술의전당' 사이트가 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도 이 공연의 열기를 짐작케한다. 물론 JYJ 김준수라는 강력한 아이돌의 영향력도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재미와 흡입력도 무시못할 요소다.우선 작품을 이해하려면 오스트리아의 실존했던 황후 '엘리자벳'의 일대기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활달한 성격의 엘리자벳은 16세의 어린 나이에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결혼한다. 그러나 엄격하고 답답한 궁중 생활과 시어머니의 지독한 간섭과 무시에 우울하고 권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설상가상으로 시어머니의 계략에 말려 남편과의 사이도 멀어지고, 끝내 하나밖에 없던 아들 황태자 루돌프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우울하고 비극적인 삶 속에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살고자 했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이 마실 우유로 목욕을 하고, 시어머니가 빼앗은 아들을 투쟁 끝에 되찾지만 정작 아들에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면모도 숨기지 않는다. 뮤지컬에서는 바로 이 파란만장한 황후의 일생에 '죽음'의 그림자를 덧칠한다. 그녀가 한 무정부주의자의 손에 살해당하기전까지 자살을 시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나무에 올라 떨어졌던 그 순간부터 생의 마지막까지 그녀의 곁에는 끊임없이 '죽음'이 맴돈다.극작가 미하엘 쿤체는 이처럼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한층 더 어둡고 비극적인 죽음과 광기의 이미지로 그려낸다. 암살자로 등장하는 '루케닌'은 줄곧 "엘리자벳이 죽음과 사랑에 빠졌고, 죽음을 원했기 때문에 그녀를 암살했다"고 주장한다. 화려한 무대장식은 엘리자벳의 공허한 삶과 더욱더 대비되며, 빠르게 바뀌는 무대전환으로 2시간이 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뮤지컬 '모차르트!', '레베카' 등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웅장한 음악도 작품에 깊이를 더해준다.하지만 10대부터 60대까지 펼쳐지는 엘리자벳의 일대기에서 주로 강조되는 부분은 시어머니와의 권력 다툼 부분이다. '죽음'과의 특별한 관계는 매력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의 화학 작용이 애매하게 처리되고 만다. 일부 배우들의 가사 전달력도 아쉽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죽음' 역의 박효신과 '루케니' 역의 이지훈의 캐스팅은 성공적이라고 할 만하다. 이지훈은 극중 해설자의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하고, 박효신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관객들마저 '죽음'에 압도된다. 9월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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