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떨어진 재건축·재개발… ‘오·중·세’ 생존전략

‘오피스텔·중소형·세 놓기’ 등 사업성 높이기 작전 눈길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재개발 사업장에서 아파트를 줄이고 오피스텔을 짓는 방식이 전혀 새로운 패턴이 나타났다. 마포구 아현동 613-10일대 마포로3구역 3지구에서다. (본지 2일자 1면 ‘아파트 빼고 오피스텔 넣는 재개발 새바람’ 참고)

최근 들어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개발안이 등장하고 있다. 평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수익형 상품을 내놓는 등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같은 대안을 선택한 이유는 사업성 악화 때문이다. 노후한 주거환경 탓에 전면개발이 시급하지만 매매시장 침체로 아파트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아 미분양을 떠안은 곳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렇게 될 경우 조합은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에 수요가 없는 중대형을 줄이고 역세권 입지를 활용, 수익형 상품을 내놓아 사업을 원활하게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재개발은 물론 재건축 사업에서도 이같은 점 때문에 주택 평형대를 소형화하는 '다운사이징' 전략을 흔히 활용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의 정비사업 가이드라인이 중소형에 맞춘 것도 큰 요인이지만 조합들 역시 미분양 리스크를 우려하며 자발적으로 평수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특히 최근에는 '대형 축소ㆍ중소형 확대'에 이어 당초 계획한 중대형 물량을 아예 짓지 않는 곳도 늘고 있다. 실제 강북권에서 보기 드문 1000여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보문3구역 주택재개발정비구역'은 125가구가 예정된 85㎡초과분을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60㎡이하 383가구를 650가구로 늘리는 등 85㎡이하에 전 물량을 배정했다. 정릉동 '길음3재정비촉진구역' 역시 100여가구가 예정된 중대형 물량을 제외하는 대신 받아낸 용적률을 중소형에 썼다.마포구 아현동 633일대 아현2구역은 1400여가구 중 85㎡이상 물량을 '1%'밑으로 배치한 경우다. 기존 3.4%대에서 0.5%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단 8가구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게 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 성북구 장위1구역은 85㎡이상 중대형 물량을 당초 264가구에서 27가구로 크게 줄였다. 비율로 따지면 총 공급물량 가운데 36%를 차지하던 비중이 2%대로 떨어졌다. 반면 60~85㎡ 비율이 43%에서 59%로, 60㎡이하가 22%에서 37%로 늘어났다.'부분임대'까지 활용한 사례도 눈에 띈다. 주택 일부를 분리, 세를 놓을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살면서 돈버는, 한지붕 두대문'으로 흑석동과 용두동 재개발 사업장에 적용됐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흑석3구역'의 경우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던 우려와 달리 3.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34채 모두 털어냈다. 입주 시점에 임박해 전월세를 놓기 시작한 주인들도 세입자를 모두 찾았다. 20㎡대의 경우 보통 보증금 1000만원, 월 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용두4구역도 임대수익형 평면으로 설계된 22채를 1.10대 1의 경쟁률로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특히 이곳은 10평 남짓한 공간에 벽면을 도입, 부엌ㆍ거실과 침실 공간을 구분하고 식탁까지 배치하며 차별화했다.침체된 시장 상황을 감안, 서울시가 정비가 시급한 사업장에 오피스텔을 짓도록 허용한 것도 조합의 변화를 자극하고 있다. 실태조사와 구역 내 주민 합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할 구역에 대해서는 상가 미분양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주거시설 내 오피스텔을 10%까지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상가로 분양되는 비주거시설에는 준주거시설에 해당하는 오피스텔 건축이 허용되지 않았다. 조합 운영비에 대한 융자 지원도 기존 11억원에서 최대 30억원으로 늘렸고 금리는 3~4%로 낮췄다. 시공사가 사업성 저하에 따른 미분양 가능성을 우려, 조합 운영비 지원을 중단하면서 조합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해결하려는 조치다.대형건설사 주택담당자는 "매매시장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조합과 건설사의 대안찾기는 더욱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며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보다 서울시 규제하에 사업지에 맞는 다양한 정비안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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