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 아저씨의 기괴한 행동은 여행 내내 이어졌다. 세미나가 끝나고 다음 날에는 사이공의 남서쪽 메콩 델타 지역인 미토와 칸토로 관광을 갔다. 티벳 고원에서 발원하여 중국 윈난성, 미얀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까지 이어진 메콩강은 강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바다에 가까웠다. 누런 물결이 끝도 없이 일렁이며 남지나해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드넓은 수평선 위로 뜨거운 태양을 안고 열대의 흰구름이 눈부셨다. 강가 주변에는 수상가옥을 중심으로 시끌벅적한 시장이 있었는데, 작은 배들이 통통거리며 쉴새없이 산더미 같은 채소와 과일을 나르고 있었다. 붉은 부겐벨리아가 차양처럼 쳐진 베트남식 가옥 뒤로 넓은 들판과 바나나 농장이 보였다. 띄엄띄엄 야자수가 서있는 들판엔 뿔이 길죽한 검은 물소가 농부를 따라 일을 하고 있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베트남은 일년에 삼모작을 하고 쌀수출이 세계 2위라고 했다.거기서 뱀시장에도 들렀는데 가이드 말에 의하면 베트남에서는 뱀요리가 유명하다고 했다.“메콩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물고기들이 강가에 남아 그대로 뱀의 먹이가 되죠. 뱀천지인 셈이죠. 그런데 상류가 비가 내려 강의 수위가 올라가면 반대로 뱀이 물고기의 밥이 될 차례예요. 그때 메콩강은 문자 그대로 물 반 고기반이지요. 여기서 건져올린 고기로 젓갈을 담그는데, 그걸 느억맘이라 해요. 한국의 젓갈 맛이나 거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그의 말대로 뱀시장 유리상자에는 뱀들이 가득 했다. 서로 뒤엉켜 꿈틀거리는 것을 보자 다들 진저리를 치는 척했지만 그냥 지나가는 구경거리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한씨 아저씨만은 그게 아니었다. 아저씨는 숫제 질겁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밀림으로 들어갔더니 저런 놈들이 있더라구. 큰 놈도 있었어! 근데 정말 무서운 것은 거미리였지. 거머리란 놈.... 땀 냄새를 맡으면 나무에서 떨어져 찰싹 달라붙는데, 한번 달라 붙으면 절대 떨어지지를 않아. 지독한 놈이지. 으으~ 거머리, 뱀, 독거미.... 끔찍해. 끔찍하다구.”그러면서 진저리라도 치듯이 턱을 한번 부르르 떨었다. 그리곤 또다시 그 빌어먹을 ‘투다다다다....’ 하는 혀 소리를 내고, 곧이어 ‘드럭드럭’ 기관총 갈기는 소리와 ‘씨웅~ 콰앙~!’ 하는 폭탄 터지는 소리도 내었다. 마치 아이들이 전쟁놀이 하며 지르는 혼자 소리 같았다. 하지만 아이도 아닌 멀쩡한 노친네가 그런 소리를 자꾸 내니까 다들 겉으론 사람 좋은 양 웃는 체 했지만 속으론 지겨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작가도 아니고 그냥 따라 온 주제에 그가 그렇게 이상한 소리를 자꾸 질러내니 주최 측인 문인들이 보기엔 쪽이 팔리기도 했을 것이었다.한씨 아저씨의 이상한 행동이 절정을 이룬 것은 다음날 구찌 터널을 방문했을 때였다. 구찌 터널은 사이공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한시간여를 달려간 곳에 있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사이공을 공략하고 또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판, 지하 삼층의 거미줄처럼 얽힌 땅굴이었다. 땅 속 터널에는 단지 통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형태의 주거공간도 있었고, 심지어 사령부 회의실, 병원, 학교까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세계 도처에서 온 관광객들이 시원한 야자수가 늘어진 그늘 아래 앉아 망고 쥬스를 마시며 베트남 군인들, 즉 월맹군과 베트콩들이 얼마나 훌륭한 군인이며 그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잘 싸웠는지를 흔쾌히 교육 받고, 감탄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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