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친인척 미술품 수백억원 가치...3부자 남다른 예술사랑, 구입경로는 오리무중... 진위여부·감정가 등 과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검찰이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총 31곳에서 벌인 압수수색으로 미술품 200여점이 확인됐다. 검찰이 확보한 압수 물품에는 박수근, 천경자, 이대원 화백 등 유명 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다양한 그림과 함께 불상, 병풍, 도자기류, 공예품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진품이라고 간주한다면 그 가치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어떻게 이처럼 적잖은 '컬렉션'을 갖추게 됐을까? 우선 국내 미술계는 전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편이다. 비자금 의혹의 당사자인 전 전 대통령 자신부터 개인적으로 '예술'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지인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이 붓글씨를 취미로 삼았고 예술에 애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며 "친인척까지 포함해 상당한 미술품을 갖게 된 건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남 재국씨는 예술분야 전문 출판사인 '시공사'를 운영 중이다. 재국씨는 1990년 시공사를 설립하고 당시 30~40대였던 황주리, 김병종, 주태석, 배병우, 구본창 등 국내 중진급 작가들의 개별 화집을 모은 55권짜리 '아르비방' 시리즈를 펴낸 것으로 미술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차남인 재용 씨는 수준급의 그림 실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 또다른 관계자는 "재국씨가 미술에 관심이 많아 그런 시리즈를 만들어내면서 미술품을 구입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원로작가나 유명작가보다 중진급 작가들의 화집을 펴낸 것은 미술계에서도 당시 반기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국씨를 포함해 전씨 일가가 그림 수집을 어떤 경로로 해왔는지는 그 당시에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미술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같은 맥락에서 화랑계 한 관계자는 "그림을 산 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재국씨나 전 전 대통령이 화랑업체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밝혀진 전씨 일가의 미술품들은 비자금을 통한 매입 여부와 함께 진위 및 가격의 감정문제가 만만치 않은 과제다. 미술품 과학 감정분야의 한 전문가는 "선물이나 작가에게 직접받은 작품이 아니라면 시장에서 구입한 것들일텐데 미술계의 해묵은 논란인 감정의 정확성이나 '가짜 작품' 가능성을 둘러싼 위작 논란이 거세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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