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국거래소가 그제와 어제 이틀 연속으로 전산장애 사고를 일으켰다. 그제는 오전 9시15분부터 66분 동안 코스피지수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시세단말기에 최장 15분 이상 늦게 전송했다. 어제는 오전 1시50분께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연계된 코스피지수 선물 관련 정보시스템이 작동을 멈춰 야간선물 거래가 3시간 이상 중단됐다. 사상 초유의 사고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연발 사고로 한국 금융시장의 중심인 한국거래소의 신뢰도에 커다란 금이 갔다. 사고 경위를 들어 보니 더욱 기가 막힌다. 그제 사고는 개장 전에 지수통계 메인 시스템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되어 백업 시스템을 가동했는데 이 시스템이 개장 후 15분 만에 데이터 과부하를 견디지 못해 일어났다. 어제 사고는 전력공급용 전선을 고정시키는 애자(절연물)의 파손으로 정전이 되면서 발생했다. 정전 후 비상발전기 가동 등 비상대응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전산시스템 자체에 대단한 문제가 있어 발생한 사고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한국거래소 임직원들이 총체적 기강해이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직원 연봉이 평균 1억1000여만원으로 공공기관 중 1위다. 취업생들이 선망하는 직장으로 손꼽혀 왔다. 그런 만큼 우수 인재들이 들어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며 맡은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백업 시스템도 제대로 업그레이드할 줄 모르고 애자 하나도 제대로 관리할 줄 몰랐다니 말 다했다. 금융감독 당국과 정부도 책임의 일단은 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김봉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13일 사퇴한 후 한 달이 넘도록 후임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수장이 공석인 상태이니 아무래도 조직의 긴장이 풀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금명간 이번 전산장애 사고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사고의 기술적 원인도 규명해야겠지만 더 중요한 일은 경영ㆍ관리상 책임구조와 전산시스템 운영에 대한 내부통제 체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번 일로 실추된 한국거래소의 신뢰도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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