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스토리의 극적인 면에서 밀릴 수도 있는 스포츠 영화가 감동을 주는 건 그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명승부를 펼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스키점프 선수들의 도전을 그린 ‘국가대표’가 모두 실화였다. 두 영화처럼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2010년에 개봉한 ‘맨발의 꿈’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동티모르의 한국인 히딩크’로 불리는 김신환 축구감독의 이야기가 모티브다. 한때 잘나가는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별볼일 없는 원광이 우연히 TV에서 동티모르라는 나라를 접하고 그곳에서 소위 ‘한방’을 노린다. 거친 땅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고는 “바로 이거다. 애들에게 축구화를 팔자”. 원광은 금방이라도 돈을 벌 것 같은 기대감으로 축구용품점을 차리지만 아이들은 짝퉁 나이키 축구화를 살 돈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내전과 가난으로 먹고 살 걱정에 하루가 고달픈 나라의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겠다고? 머리를 굴리던 원광이 짜낸 묘안이란게 하루 1달러씩 2개월동안 할부계약을 맺는 것. 아이들은 시장골목을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매일 1달러를 갚기란 쉽지 않다. 돈 대신 기르던 닭을 가져와 떼를 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축구화를 반납하겠다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원광은 사업이 망해 화가 나기보다는, 축구를 놓고 싶지 않은 아이들에게서 꿈과 희망을 발견한다. 결국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원광이 이끈 유소년축구단이 국제대회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하며 '맨발의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속 주인공인 김신환 감독은 현재도 동티모르 유소년축구단 감독을 맡고 있으며 아이들 역시 내전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축구라는 것을 통해 각자의 성공과 희망을 그려나가고 있다. 영화는 현실로 넘어와 여기, 2년 넘게 내전을 겪고있는 시리아가 있다. 지금까지 6만여명이 사망하고 150만여명의 난민이 생겼다. 이런 시리아의 아이들에게 머지않아 축구화 2014 켤레가 전달된다는 소식이다. 인천시가 분쟁과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에게 축구화를 보내기 위해 지난 10일 범시민 모금캠페인을 시작했다. 1차 모금 기간인 1개월 동안 2억여원을 모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상징하는 축구화 2014켤레를 지원할 계획이다. 축구화를 받을 아이들은 내전을 피해 요르단 북부 자타리 캠프에 수용돼 있는데, 이곳에 있는 아동 6만명 중 1만명만 학교에 다니고 나머지 5만명은 하루종일 방치돼 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모 기업이 기증한 축구장이 여러개 있어 축구화만 충분히 공급되면 아이들이 신나게 공을 찰 수 있다.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며 세계를 누빌 축구선구가 안 되면 어떠랴. 폼나게 축구화를 신고, 그저 내일을 향해 달리는 거다.영화속 원광은 이렇게 외친다. “가난하면 꿈도 가난해야 되느냐?”. 그 꿈이 무엇이든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의 간절한 꿈이 가난 앞에 좌절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박혜숙 기자 hsp066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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