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회담, 급한 것부터 풀어가자

잠정 폐쇄됐던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가 잡혔다. 남북은 어제 저녁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장급 실무회담을 내일 오전 판문점의 통일각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공단 가동 중단 3개월여 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공단 재가동에 이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이번 실무회담에서 앞으로는 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을 북측으로부터 받아 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권 일각에는 공단 잠정 폐쇄의 책임 문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북측이 이런 수준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설사 북측이 실무회담에서 재발 방지 약속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거나 그런 조치를 제시한다 해도 그것만으로 문제가 일단락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재발 방지 약속을 믿을 수 있으려면 북측의 책임 있는 장관급 당국자가 나서서 확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 많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문제가 장관급 회담에까지 가서 일괄 타결하는 과정을 밟는다면 판이 커지면서 개성공단과 무관한 사안까지 가세해 논의가 꼬여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실무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절차 자체가 상호 양보의 단초를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특히 회담 장소의 경우 북측이 개성을 제의하고 남측이 판문점으로 수정 제의한 결과로 판문점 북측 지역에 있는 통일각으로 결정됐다. 이는 북측의 양보로 볼 수 있고 남측이 보다 유연한 태도로 회담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데 도움이 됐다. 개성공단의 조기 정상화에는 남북 간에 이견이 없다. 따라서 상호 양보의 정신으로 실무적인 세부 사항에 논의를 집중한다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풀릴지도 모른다. 정부는 완벽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선결 조건으로 고수하기보다 실질적인 공단 정상화 조치와 병행하여 북측에 요구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일괄 타결 방식보다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는 것도 협상을 쉽게 풀어 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인들이 시급하게 여기는 공단의 기계 점검ㆍ정비와 완제품 반출을 먼저 합의하여 실행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은 시간을 두고 수립해도 늦지 않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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