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재현된 '쏘리골'과 '고의 자책골'

일명 '쏘리골'을 넣고 곧바로 사과의 제스츄어를 취하는 이동국 [사진=정재훈 기자]

[전주=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16년 만에 나온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3 16라운드다. 다섯 골이 터지며 성남의 3-2 승리로 마무리된 경기. 그런데 이중 두 골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었다. 후반 32분 이동국의 일명 '쏘리골'과 34분 최은성의 '고의 자책골'이었다. 성남이 2-1로 앞선 후반 31분, 경합 상황에서 성남 선수가 넘어졌고 이에 성남 골키퍼 전상욱은 공을 밖으로 차냈다. 뒤이어 권경원의 스로인을 받은 이동국은 골키퍼를 향해 다시 상대 진영 쪽으로 공을 차줬다. 다분히 평범한 과정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 일어났다. 이동국이 찬 공은 마치 슈팅처럼 날아갔고, 앞으로 나와 있던 전상욱 골키퍼의 키를 넘겨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모두가 당황한 상황. 성남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이동국은 곧바로 두 손을 올리며 본의가 아니었음을 표시했다. 곧장 다시 한 골을 내주겠다는 제스츄어도 취했다.

이동국의 골 장면 직후 흥분한 모습의 김태환(오른쪽) [사진=정재훈 기자]

이 과정에서 흥분한 성남 김태환이 화를 이기지 못해 전북 박희도를 밀어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왔다. 그의 돌발행동에 두 팀 선수들이 뒤엉키며 몸싸움으로까지 번진 상황. 안익수 성남 감독은 벤치에서 뛰쳐나와 김태환을 나무라며 주변을 진정시켰다. 실랑이가 마무리 된 뒤 이어진 후반 34분 킥오프. 곧바로 성남 선수에게 공을 건네받은 이동국은 뒤돌아 골키퍼 최은성에게 길게 패스했고, 최은성은 자기 골문에 차 넣으며 한 골을 내줬다. 본의 아니게 넣은 골에 대한 보상의 의미였다. 해프닝은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성남은 후폭풍을 맞았다. 불필요한 행동을 한 김태환이 주심에게 퇴장 명령을 받은 것. 결국 성남은 추가시간 7분을 포함해 남은 20분여 동안 수적 열세를 감당해야 했다. 이후 더 이상의 골 없이 경기는 성남의 3-2 승리로 끝났다.

흥분한 김태환(오른쪽)을 달래는 안익수 성남 감독(왼쪽) [사진=정재훈 기자]

과거 K리그에선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1997년 4월 26일 열린 부천SK-울산 현대의 경기. 0-0이던 후반 29분 부천 미드필더 윤정환은 중앙선 부근에서 골키퍼를 향해 공을 차줬다. 그런데 그만 앞으로 나와 있던 김병지의 키를 넘겨 골이 돼버렸다. 윤정환은 곧바로 김병지를 향해 손을 들어올리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남겼고, 다른 울산 선수들에게도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이어 부천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은 골을 내주라고 지시했으나 외국인 선수들은 이를 이해 못한채 수비에 몰두했다. 결국 3분이 지난 뒤에야 울산 이현석의 동점골이 터졌다. 최은성의 자책골만큼 직접적 보상은 아니었으나, 그에 못잖은 자발적 실점 허용이었다. 경기는 1-1로 끝났다.한편 희귀한 해프닝 속 승리를 거둔 성남은 7승4무5패(승점 25)를 기록, 리그 5위로 뛰어 올랐다. 반면 전북은 6패(7승3무·승점 24)째를 당하며 7위로 떨어졌다. 경기 후 안익수 감독은 "선수들은 무더위에 혼신을 다해 뛰다보면 이성을 잃기 쉽다"라며 "팬들이 보기에 안 좋은 모습일 수 있어 태환이를 잡고 냉정을 찾으라고 말렸다"라고 설명했다. 지도자 입문 이래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뛰어나갔다던 그는 "그부분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심판진도 내 행동을 좋은 뜻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정재훈 사진기자 roze@<ⓒ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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