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경영하라]빅시리즈-아경이 제안하는 대한민국 현장 어젠다 ⑥기업 내 갈등
[아시아경제 명진규ㆍ조슬기나 기자] 기업은 하나의 작은 국가나 다름없다. 독립적인 경제, 사회, 문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 간 갈등은 필연적이다. 작은 규모의 직장이라 해도 직급 간, 부서 간, 팀원 간의 수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업 내 갈등도 고도화되기 마련이다. 이런 갈등은 건전한 경쟁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업 집단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한다. '갈등 경영'이 기업 경영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기업 내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는 노사 갈등이다. 노사 간의 갈등은 동전의 양면이다. 기업가치를 한단계 올리는 디딤돌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2011년 유성기업 노사분규는 갈등을 잘못 관리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킨 대표적인 케이스다. 유성기업 경영진은 노조가 주야 2교대를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꾸자고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이자 직장 폐쇄를 단행하고 용역을 동원했다. 이 가운데 제 2 노조가 설립돼 노사갈등에 이어 노노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사측이 갈등을 '관리'하지 못한 결과였다. 당시 유성기업의 파업은 현대, 기아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브랜드 업체들의 생산 중단 위기까지 확대됐다. 전체 산업군으로까지 갈등의 외연이 넓어진 것이다. 결국 3개월 만에 노사가 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그 상흔은 컸다. 금호타이어의 경우는 정 반대다. 이 회사는 워크아웃 이후 매년 노사분규를 겪어왔다. 하지만 올해 4년 만에 처음으로 무쟁의로 임금협상 잠정안에 합의했다. 양측 다 만족스러운 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의 진정성이 양측을 서로 이해하도록 만들었고 한발씩 물러선 결과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 노조의 파업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본인이 직접 광주로 내려가 근로자들과 만났다. 화가 난 노조를 달래러 간 것이 아니라 솔직한 자신의 마음가짐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이대로라면 회사도 망하고 근로자들도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박 회장은 노조와 만나 워크아웃 이후 동종업계와 같은 수준으로 임금을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노조는 박 회장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고 올해까지 임금동결 결정을 내렸다. 직원 간 갈등을 조직 내 창의와 혁신의 원동력으로 만든 사례도 있다. 갈등이 발생한 뒤 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에 갈등을 도입한 것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 닛산이 그렇다. 닛산은 지난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닛산디자인센터를 설립하면서 업무 스타일, 가치관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선 톰 셈플과 앨런 플라워스 두 디자이너를 동시에 영입해 동일한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도록 했다. 경영학에서 중요한 사례로 일컬어지는 '상반된 2인조'다. 조직 내 갈등을 인위적으로 유발시켜 이를 경쟁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경영상의 기법이다. 톰 셈플이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디자인 그 자체였다. 공학적 측면은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앨런 플라워스는 디자인 자체 보다는 공학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했다. 공학적인 측면을 고려한 뒤 이를 디자인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두 디자이너의 갈등을 경쟁과 협력으로 심화시켰다. 서로의 장점을 취해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하도록 유도했다. 바로 닛산의 중형 세단 브랜드인 알티마와 SUV 브랜드인 패스파인더가 결과물이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J30 역시 제리 허쉬버그가 이끄는 닛산디자인센터 작품이다. 명진규 기자 aeon@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조슬기나 기자 seul@산업부 명진규 기자 ae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