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암, 뇌혈관, 심장, 희귀질환 등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을 내놨다. 올 10월 초음파 검사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값비싼 영상 검사는 물론 항암제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게 골자다. 선별급여제를 도입해 내장형 캡슐내시경과 로봇수술 등도 진료비의 최대 절반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의 의료보장 확대 계획이 실현되면 4대 중증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현재의 24%에서 2017년 17%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정부는 159만명에 이르는 이들의 1인당 연평균 의료비가 114만원에서 65만원으로 43%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많이 줄어들고 과잉진료를 억제하는 효과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다른 질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국회 보건복지위의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연간 의료비 본인 부담이 1000만원 이상인 환자 중 4대 중증질환자는 17.1%에 불과하다. 더구나 4대 중증질환은 지금도 다른 질환에 비해 건보 혜택이 크다. 경제적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인데 다른 질환자는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 셈이다. 9조원에 달하는 재원 확보 방안도 그렇다. 정부는 6조원 상당의 건보 누적 적립금과 매년 생기는 보험료 수입을 효과적으로 운용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건보료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적립금은 전염병 발생 등 비상사고를 대비한 말 그대로 비상금이다. 주머니 쌈짓돈처럼 갖다 쓰겠다는 발상은 곤란하다. 건보 재정이 계속 흑자를 낼지도 불투명하다. 적립금이 소진되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없다. 정부 계획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이라는 대선 공약 이행과 재원 확보 사이에서 나온 어정쩡한 타협안인 셈이다. 의료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그 대상이어야 하며 또한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증세도 하지 않고 건보료도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장은 확대해 나간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이상론이다. 의료보장을 확대하겠다면 국민 부담을 포함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재원 조달 방안도 함께 내놔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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