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X-파일]커쇼의 직구는 右타자에게 공포다②

클레이튼 커쇼[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①편 에 이어 계속직구 위력의 원천은 공포왼손 선발투수의 성공에는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붙는다. 오른손타자를 제압해야 한다. 특히 유리한 볼 카운트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왼손투수 대부분은 유리한 고지 점령을 위해 바깥쪽 공을 택한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오른손투수들보다 직구 평균구속이 느리고 ▲바깥쪽 스트라이크 판정이 오른손투수에 비해 후한 편이며 ▲타자들의 눈에서 먼 쪽에 던질수록 왼손 특유 무기인 ‘생소함’이 극대화된다.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타자 공략은 조금 다르다. 오른손타자와 맞대결에서 초구나 2구째를 몸 쪽 직구로 택하는 경우가 많다. 숨김 동작과 구속, 상하움직임 등이 모두 좋은 직구를 몸 쪽에 붙여 타자에게 공포심을 주고 바깥쪽 공으로 승부를 건다. 커쇼 본인의 공격적인 투구성향과 신인시절 감독이던 조 토레와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의도가 맞아떨어져 나온 공략법이다.커쇼는 몸 쪽 직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을수록 경기를 잘 풀어간다. 2010년 이후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First Strike%)은 무려 62.8%. 같은 기간 7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가운데 4위다. 그보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투수는 클리프 리(필라델피아 필리스, 68.6%), 댄 해런(워싱턴 내셔널스, 64.1%), 어빈 산타나(캔자스시티 로얄스, 62.9%) 등이다. 이들의 투구 색깔은 커쇼의 판이하다. 몸 쪽을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는다.커브와 슬라이더커쇼는 고교 시절부터 승부구로 커브를 던졌다. 공은 신인이던 2008년 시범경기에서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져 큰 주목을 받았다. 1950년 브룩클린 다저스 시절부터 마이크를 잡은 베테랑 해설자 빈 스컬리는 커쇼가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커브로 션 케이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공공의 적 1호입니다!(No.1 Public Enemy!)" 커브의 달인으로 불리는 명예의 전당 헌액자 샌디 쿠팩스(다저스 특별고문, 통산 165승 87패 2396탈삼진 평균자책점 2.78)에게도 하지 않은 극찬이었다. 찬사는 높은 낙차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커브는 직구나 빠른 변화구를 노리는 타자의 허를 찌르는 구종이다. 그렇다보니 정상급 투수들조차 구사에서 다른 폼을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커쇼의 커브는 직구와 똑같은 팔 스윙에서 나온다.

클레이튼 커쇼[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사실 커브만으로 호투를 거듭하기란 쉽지 않다. 커쇼도 다르지 않았다. 불안한 제구 탓에 적잖게 애를 먹었다. 2008년 커브 스트라이크 비율은 52.97%였다. 타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커브가 볼이란 걸 간파하고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해 헛스윙 확률(Whiff%)은 9.88%에 머물렀다. 커브 피안타율이 0.146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단계 더 성장을 위해선 또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커쇼는 이듬해 체인지업을 장착했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구종가치는 -3에 그쳤다. 커쇼는 2010년 각고의 노력 끝에 새 무기를 선보였다. 슬라이더였다. 공은 애초 정통 오버핸드스로우 투수인 그와 궁합이 맞지 않는 듯했다. 정통 슬라이더의 각이 나오지 않았던 까닭이다. 커쇼는 슬라이더 구사 시 공을 깊게 쥔 뒤 검지로 도끼로 장작을 패는 것처럼 팔 스윙을 한다. 2010년 공의 분당회전수(Spin Rate)는 808회. 하지만 슬라이더는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히 미끄러지는 움직임을 보였다. 타자들이 슬라이더라는 걸 알고도 배트를 헛돌릴 정도였다. 그 덕에 2010년 슬라이더의 헛스윙 확률은 19.3%나 됐다. 피안타율과 피OPS도 각각 0.108과 0.302로 낮았다.슬라이더는 어느덧 커쇼의 주 무기가 됐다. 2011년 슬라이더는 전체 투구의 25.5%를 차지했다. 주 무기였던 커브(5.4%)보다 5배가량 많았다. 결과도 훌륭했다. 그해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0.113, 피OPS는 0.336이었다. 헛스윙 확률도 23.1%에 달했다. 타자들은 공을 배트에 맞추지도 못했다. 배트에 공이 맞은 비율(Contact%)은 겨우 59.3%였다.③편에서 계속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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