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창조금융이라는 새 옷이 몸에 맞기나 하겠습니까." 지난 5일 '금융, 창조에 길을 묻다' 정책토론회를 찾은 모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의 일갈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금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본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적인 마인드가 필수인데, 여타 금융권 보다 강도높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금융투자업계가 소화할 수 있겠냐는 푸념이다. 사실 금융투자업계가 감수하고 있는 규제 수준은 창조금융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보여질 정도인 게 사실이다. 모든 증권사가 완화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는 영업순자본비율(NCR)의 경우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150%는 상징적인 문구일 뿐이다. 국민연금에 맡겨진 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려 400% 이상의 NCR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20%와 비교해 턱없이 높다. 당국 규제기준인 150%를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로 환산하면 12%인데, NCR 500%를 BIS 비율로 환산하면 40%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한 임원은 "국민연금이 벌이는 사업을 위임받기 위해서는 참여 증권사의 평균 NCR을 넘어야 한다"며 "말이 400%지 실질적으로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500% 수준까지 충족시켜놔야 한다"고 입맛을 다셨다. 물론 금융투자업체들의 경우 자본투자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여타 금융권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점에는 수긍한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보니 제대로 투자를 하지 못할 뿐더러 투자 대상도 채권 위주로 한정되고 있다. 경쟁력이 갈수록 후퇴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각종 규제가 창조적인 사고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자산운용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관련 규제가 까다롭기 그지 없다. 예컨대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들을 묶은 상품에 돈을 맡기려 할 경우 해당 펀드가 국내에 10% 이상 투자하고 있으면 안된다. 해외펀드가 국내 자본을 지렛대로 삼아 자본 편익을 취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적 입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왠만한 이머징마켓 펀드의 경우 국내 자산 편입 비중이 10%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십수년째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셈인데 유연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해외펀드에 대한 문호가 이러한 수준이니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어떤 수준일지 짐작이 어렵지 않다.모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재의 10%룰을 고집하기 보다는 MSCI이머징 마켓지수 내 한국 비중과 연동시키는 등의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손발을 묶어놓고 창조금융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창조금융을 거론하면서 대형 및 중소형 증권사 모두를 만족시키는 블루오션 개척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눈에는 '신기루'로 보여지는 이유다. 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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