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3기 추가 가동 중단이 전력 대란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부품 납품 비리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에 때이른 더위가 겹치면서 전력수급경보 4단계 중 1단계인 '관심'의 발령이 현실화한 상황이다. 당장 오늘 오후 2~3시 최대전력수요가 평균 6330만㎾에 이르러 예비전력이 367만㎾까지 떨어지리라는 전력거래소의 예측이 나왔다. 예비전력은 다음 주에는 300만㎾ 미만으로 더 떨어지고 7월 하순~8월 말은 바닥 수준이거나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주말 기자회견을 열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전력수급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전력사용 20% 감축, 8월 중 전력 다소비 산업체에 대한 하루 4시간 강제절전 실시, 전력소비 피크시간대(오후 2~5시) 전기료 3배 부과, 대형 건물 실내온도 26℃ 이상 유도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여름 무더위는 예년보다 강하고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올여름 국민의 더위 고통과 산업계의 생산 차질이 클 것 같다. 이번 전력 대란은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를 비롯한 원전 비리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 탓이다. 잘못은 정부가 저질러 놓고 그로 인한 전력 대란의 고통은 국민과 기업들에 떠넘기니 불만과 분노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은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 강도 높은 절전을 실천하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질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혼란도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은 모두 치솟는 화를 진정하고, 정부의 지휘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절전에 동참함으로써 올여름을 넘겨야 한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의 책임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감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원전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원전 비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게을렀던 정부 담당부서와 한국수력원자력의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일벌백계가 요구된다. '원전 마피아'로 불리는 원전 기득이권 네크워크를 혁파할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원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초래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원전 의존도를 낮추는 장기적인 방안도 수립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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