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태 61일째, 형식 놓고 평행선
▲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2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여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이번에는 대화 형식을 둘러싼 갈등이다. 곧 장마철이 다가오면 개성공단의 설비들이 녹슬어 못 쓰게 될 상황이지만 남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개성공단 사태가 60일째에 접어든 1일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를 강조한 데 대해 "우리의 성의를 묵살하는 온당치 못한 언동"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 문제를 풀고 민족의 화합과 평화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의 제안에 응하지 못할 이유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 무엇을 보여주었나'라는 글에서 북측이 내민 카드를 "공명정대한 제안"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는 공업지구 기업가들의 방문을 이미 승인한 상태이며 그들이 들어오면 제품반출 문제를 포함하여 공업지구 정상화와 관련한 어떠한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은 신변안전이 우려되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성원들을 함께 들여보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9일에는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남측위에 "공동행사 추진을 위해 6월 3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자"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왔다. 다음날 조선중앙통신은 '민족공동의 선언을 부정하는 매국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모든 주장을 종합해 "(6·15)공동행사 등을 통해 혈연의 정이 이어지는 과정이라면 남조선 당국자들이 운운하는 개성공업지구 운영 정상화 문제를 비롯한 문제들도 자연히 풀리게 돼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냉담하다. 박 대통령은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북한을 향해 "자꾸 '민간단체를 보내라', '6.15 공동행사도 해라'는 식이면 (남북관계가) 점점 더 꼬이고 악순환을 풀어낼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통일부는 당국자는 "개성공단 문제는 더 이상 민간 차원에서 풀기 어려운 단계에 와있기 때문에 당국끼리 만나야 한다"며 "우리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북한이 굳이 당국 간 실무회담에 호응해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북한의 구태의연한 대응 방식을 발본색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것이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6·15 공동행사,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제의로 사실상 백기를 들었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아예 굴복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겠느냐"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뒤늦게나마 북한이 강경입장에서 후퇴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이야기하는데 정부는 여전히 단편적 문제인 '원·부자재, 완제품 반출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대화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이 서로 "왜 우리 제안을 못 받아들이느냐"며 입씨름을 벌이는 사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교착상태로 인해 불리해지는 쪽은 오히려 남한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대화 국면으로 이끌어갈 방법을 정부가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정성장 위원은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데 정부가 북한을 길들이기 위해 개성공단 기업들의 피해를 혈세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는 미성숙한 북한을 타이면서 생산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먼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한 후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회담해 (근로자 일방 철수와 같은 조치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민간 접촉만 주장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당국 간에 협의할 수도 있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정부는 이를 간파하고 6·15 공동행사,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등에 자연스레 당국이 참여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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