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①편 에 이어 계속[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류현진의 5월 투구에선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땅볼/뜬공 비율(GO/AO)이다. 수치는 4월 한 달 동안 1.03이었다. 플라이 볼 투수였던 한국에서의 투구가 빅리그에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5월 기록은 1.44로 높아졌다. 한 달 사이 투구 스타일이 판이해졌다. 땅볼을 많이 이끌어낸 구종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다. 각각 투구의 14.63%와 10.87%를 땅볼로 이끌었다. 이는 구종별 땅볼/뜬공 비율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체인지업은 2.4:1, 슬라이더는 5:1이다.사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구종이 아니다. 체인지업은 직구를 생각하고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아 헛스윙이나 팝 아웃을 유도하는데 쓰인다. 슬라이더 역시 직구를 노리는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구종. 땅볼 유도에 적합한 구종은 투심, 싱커, 커터 등의 변종직구와 스플리터와 같은 변화구다. 그렇다면 빅리그 타자들은 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에 땅볼을 칠까.대표적인 원인은 직구다. 류현진의 직구는 상하 움직임이 좋다. 평균 26.9cm의 무브먼트를 보인다. 4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14위다. 상하움직임이 좋은 공은 타자에게 눈앞에서 떠오르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준다. 이때 타자는 안타를 만들기 위해 다운에 가까운 스윙궤적을 많이 보이게 된다. 류현진을 처음 만나는 상대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직구를 머릿속에 그리고 타석에 서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구(체인지업, 슬라이더)가 들어오면 무리하게 끌어당기는 스윙을 해 땅볼타구가 나오게 된다. 이때 가장 땅볼을 잘 유도하는 구종은 류현진의 사례처럼 슬라이더가 될 수 있다. 물론 위력이 떨어지면 안타로 연결되기도 쉽다. 류현진의 5월 피안타율은 무려 0.625다.슬라이더와 달리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5월에도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직구의 위력이 뒷받침될 때 위력이 배가되는 구종이다. 5월 들어 직구 평균구속과 헛스윙 확률, 피안타율 등이 모두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시즌 내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 장담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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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4월 선전은 4가지 구종을 효과적으로 구사한 덕이 컸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곧잘 빼앗은 셈이다. 실제로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4가지 구종이 어떻게 들어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헌터 펜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어떤 공이 들어올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라고 밝혔다.그러나 류현진의 투구패턴은 각 구단 전력분석에 의해 낱낱이 분석되고 있다. 여러 차례 상대하며 타자들의 눈에도 익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와 재대결에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8안타를 맞으며 4실점,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그런 점에서 헛스윙 확률이 감소하고 땅볼타구비율이 늘어나는 현 상황은 타자들이 류현진의 투구에 익숙해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체인지업의 구종가치(Pitch Value)가 높은 선수들은 대개 구종의 위력을 높일 수 있는 강속구를 보유하거나 날카로운 커맨드를 갖췄다. 류현진과 같이 직구 경쟁력이 떨어져도 체인지업으로 위력을 떨치는 선수도 있다. 바로 제이슨 바르가스(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다. 바르가스의 올 시즌 직구 피안타율은 무려 0.407이다. 체인지업은 다르다. 피안타율과 OPS는 각각 0.167과 0.469다. 직구를 치며 달아오른 배트가 한순간 물방망이로 전락한다고 할 수 있다. 헛스윙 확률(Whiff%)과 공이 배트에 맞는 비율(Contact%)은 각각 21.5%와 60.5%다.바르가스의 체인지업이 위력을 떨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직구와 거의 같은 분당회전수(Spin Rate)와 엄청난 좌우 변화다. 바르가스의 포심은 2440회전을 한다. 체인지업은 2483회다. 아무리 동체시력이 뛰어난 타자라도 공을 던지는 순간 직구인지 체인지업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바르가스의 좌우 움직임은 31.5cm나 된다.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류현진의 체인지업 좌우움직임은 19.1cm다. 바르가스에 비해 평범하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회전수에서도 적잖은 차이가 발견된다. 각각 2221회와 1778회다. 익명을 요구한 야구데이터 전문가는 “이 정도 간격이라면 한국은 몰라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 공의 궤적을 눈에 익힌다면 쉽게 구분하는 타자가 꽤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류현진은 한 차례 부상 없이 경기당 6.2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다저스 선발투수 가운데 10차례 이상 선발 등판해 6이닝 이상을 책임진 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뿐이다. 류현진은 5월까지 분명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도 0.9나 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460만 달러의 가치를 입증했다. 그런 그에게도 위기의 그림자는 찾아왔다. 이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할 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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