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한때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주름잡던 스마트폰을 만들던 대만 HTC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야심차게 선보인 페이스북폰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고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짐을 싸고 있다.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HTC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최고 제품 책임자(CPO)인 코우지 코데라가 사직했다고 발표했다.그는 HTC가 삼성과 애플은 물론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뒤쳐진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며 준비한 핵심 제품인 '원 X' 시리즈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그의 자리는 스콧 크로일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맡게 됐다. 회사를 등 진건 그만이 아니다. 제이슨 고든 글로벌 홍보담당 부사장도 회사를 떠났다.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벤자민 호가 그의 자리를 채웠지만 빈자리는 분명하다.회사측 한 관계자는 고든 부사장이 지난해 선보인 '원 X'시리즈 홍보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전했다.이밖에 글로벌유통마케팅매니저인 레베카 로랜드, 디지털마케팅이사 존 스타크웨더, 제품전략 매니저 에릭 린 등도 회사를 떠난 주요 임원들이다. 레너드 후르닉 HTC아시아 CEO도 뚜렷한 이유 없이 사표를 냈다. 이처럼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빠져나가자 피터 추 회장이 어떻게 난국을 헤쳐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추 회장은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하며 원이 안팔리며 사퇴하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실적도 악화일로다. HTC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98% 급감한 8500만대만달러(약 31억원)에 머물렀다. 2004년 이후 최악이다. 1년만에 매출도 37%나 감소했다. 희망을 걸었던 신제품 원 시리즈 출시가 2분기로 지연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는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시장잠유율도 2010년 이후 반토막 났다. HTC는 이미 세계 5대 스마트폰 업체라는 자리를 뺏긴지 오래다. 노키아와 블랙베리의 운명을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신제품 '원'이 지난달 출시 후 500만대 정도 팔려나가지만 부품이 부족해 매출 극대화도 어렵다는 점도 난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부품 조달이 달려 원하는 만큼 팔 수 없는 상황이다.임원들을 연이은 사퇴는 내부 사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운영 책임자인 제이슨 맥킨지에게 각종 보고를 하던 임원들이 맥킨지가 연초 사임한 후 추 회장에 직접보고를 하면서 마찰이 생겼다는 뜻이다.유안타 증권의 데니스 찬 애널리스트는 "임원들의 사임이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몇몇 인사들에게 의사 결정권이 집중된 HTC에서는 여러 명의 임원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평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지적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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