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 오해와 진실③]의원 면책특권의 명암…'국민 알권리'vs'폭로 악용' 논란 가열
국회 쇄신의 바람이 거세다. 여야 모두 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국회 선진화에 적극적이다. 정치 변화를 바라는 여론 때문이다. 방향은 옳을지라도 각론은 따져봐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국회의원 특권의 진실은 무엇인가. 의원 특권의 실체를 분석하고, 바람직한 방안을 제언한다.<편집자주>③ 면책특권 없으면 '떡검 폭로' 노회찬도 없다④ '청목회법'은 왜 안되나…소액 정치후원 활성화 필요⑤ 진짜 논의해야 할 숨겨진 특권들[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승미 기자] 정치권의 특권포기ㆍ쇄신방안 중 대표적인 면책특권은 일반의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됐다. 면책특권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행정부의 억압으로 의정활동이 간섭받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면책특권은 1689년 영국의 권리장전에서 최초로 성문화 된 이래 1789년 미국헌법에 명시됐다. 우리나라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회란 본회의 및 상임위활동을 포함한다.
◆오랜 역사, 오랜 논쟁의 면책특권면책특권을 둘러싼 '논란의 역사'도 길다. 가장 최근에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민주당 심재권 의원의 이른바 '김정은에 예를 갖춰야'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이 종북 세력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면책특권을 악용해 심 의원과 당을 음해했다"며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면책특권이 보장된 장소에서 직무와 관련된 발언"이라며 맞섰다.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자 전교조와 야권은 면책특권을 악용하는 탄압이라며 비판했다. 조 의원은 전교조로부터 수십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결국 패소했지만 지금도 '옳은 일'을 했다는 입장이다.면책특권 논란의 한 쪽에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 있고 다른 쪽에는 '악의적 음해나 폭로'가 있다. 여론조사는 비판적이다. 민주당 정치혁실실행위원회의 지난 4월 조사를 보면,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묻자 '면책특권'이라는 대답이 42.8%로 가장 많았다.◆노회찬 의원직 상실의 의미사회를 달군 사례는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이다. 노회찬 전 의원이 지난 2005년 '떡값검사 7인'의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다. 노 전 의원이 명단을 공개하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면책특권의 범위에 포함돼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올렸다는 이유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의원직을 잃었다.세월에 따라 판결도 달라진다. 지난 1991년에는 신한민주당 유성환 의원 사건이 있다. 유 의원은 당시 "대한민국의 국시(國是)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적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2013년의 기준에서 큰 문제될 수 없는 '주장'이 그 때의 시대상황에서는 구속될만한 사유였다. 당시 법원은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질문할 원고를 사전에 배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속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법조계와 정치권 모두 면책특권의 제한은 필요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면책특권 제한은 헌법45조의 개정, 즉 개헌이 필요한 사항이다. 헌법상 면책특권의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하위법에서 면책특권 적용대상의 예외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내용에 따라 위헌의 가능성이 크다. 면책특권은 실체법상의 특권으로 임기만료 후에도 책임을 부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시적 특권인 불체포특권과 비교된다.◆"면책특권은 헌법조항 취지 살려야"국회가 면책특권을 오용하거나 남용해서 의원들의 파렴치 행위를 방조하거나 동조하는 결과가 빚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상당 부분 민주화됐다고 하더라도 역사가 역주행할 경우를 대비해 면책특권은 남겨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불체포특권에 대해서 폐지하기보다는 적용할 수 없는 범위를 적시하는 선에서의 개정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서강대 정치연구소 서복경 박사는 "원내에서 행해지는 의원의 발언은 허위사실이나 비방, 명예훼손 내용도 있지만 필요한 정보를 제공도 함께 이뤄진다"며서 "헌법이 개정되면 의정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경호 기자 gungho@김승미 기자 askm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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