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21일 보건복지부 기자실에 모인 기자들은 때 아닌 작명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여름 강원 춘천에 거주하는 예순 세 살 할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작은소참진드기를 어떻게 부르냐를 놓고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는 2010년부터 '살인진드기'로 불러왔다. 그러나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SFTS의 치사율이 과장돼 있다"며 살인진드기라는 표현을 쓰지 말 것을 권고했다. 복지부 대변인실도 같은 의견을 냈다. SFTS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작은소참진드기1000마리 중 5마리만이 감염돼 있다. 모든 작은소참진드기가 병을 옮기는 게 아니다. 따라서 모든 진드기에 물리면 위험한 것처럼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보건당국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국민 안전을 위한 예방활동은 때론 과할 필요가 있다.살인진드기라는 단어가 국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2010년 중국 발(發) 사망 사례를 보도하면서다. 올 초 일본 사망 사례 보도 때와 5월2일 국내에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가 확인됐을 때도 같은 표현을 썼다. 현재 일부 언론은 살인진드기 대신 작은소참진드기라고 쓰고 있지만 모든 작은소참진드기가 살인진드기는 아니어서 이 역시 부적절하다. 복지부도 적당한 별칭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댄 이유도 껄끄럽다. SFTS에 대해 '오해'가 있다는 건데 뒤늦은 감이 있다. 지난 2일 질병관리본부는 SFTS 치사율이 12~30%라고 밝혔다. 언론은 이를 토대로 최고 30% 치사율이라고 보도했다. 보건당국이 치사율을 6% 대로 바로 잡은 건 20여일이 지난 21일. 이 수치는 중국에서 최근 2년간 2047명이 감염됐고 129명이 숨졌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나온 건데 이미 2일 본부가 밝힌 내용이다. 결국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살인진드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후에야 뒷북을 친 꼴이다. 기자들은 졸지에 살인진드기를 살인진드기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신세가 됐다. 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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