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인감도장 찍혔다고 진짜 서류라 보장 못 해”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이모(46)씨가 박모(53·여)씨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대법원은 “영수증 및 합의각서에 찍힌 도장이 박씨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상당한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이므로, 영수증 등에 대한 진정성립 추정은 깨어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이씨는 2007년 4월 박씨로부터 충남 부여 상가 건물을 임차하기로 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으나 돈이 부족해 이를 중단하고, 이후 박씨가 인테리어 공사대금도 정산해주고 이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게 되면 돈으로 보상도 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2009년 4억원대 민사소송과 더불어 박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재판에선 박씨 인감도장이 찍힌 임대차보증금 잔금 영수증과 보상 약속이 적힌 합의각서가 진짜인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박씨는 적힌 내용 등에 비춰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가 들인 인테리어 공사비 역시 3억원이 넘는다는 이씨 주장과 달리 박씨가 인정한 금액은 고작 700만원에 불과했다. 앞서 1심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박씨 도장이 맞으므로 영수증과 합의각서도 진짜로 추정된다며 “박씨는 이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뒤이은 2심도 결과를 같이 했다.대법원은 그러나 영수증과 합의각서를 증거로 낸 이씨가 작성경위에 관하여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하는 등 정상적으로 작성된 문서인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이씨는 빌린 건물에 3억 15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가 90~95% 정도 이뤄진 상태에서 인허가 문제를 알아봤으나 원래 하려던 음식점과 노래방 허가가 불가능하자 이를 따져 박씨로부터 합의각서를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영업허가 여부도 미리 확인하지 않고 4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믿기 어렵고, 수사기관 조사 결과 영업허가 여부를 확인한 흔적이 없고 실제 영업허가를 받는데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점, 공사를 맡은 이씨 친구는 시공 부분이 전체 20% 정도라고 한 점, 잔금을 치렀다는 4월은 박씨가 건물 소유권이전등기도 하기 전인 점 등에 비춰 서류들이 박씨 의사와 상관없이 사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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