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성공을 위해 권위주의 색깔 빼야
[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윌리엄 피트, 오토 폰 비스마르크, 이토 히로부미.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이룬 명재상이고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을 제국주의 열강으로 만든 침략자다. 그런데 피트는 누구지?18세기부터 19세기를 관통한 영국의 산업혁명은 현대사회를 만들어 냈다. 이 시기 영국의 위인중 일반일들이 기억하는 정치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피트 또한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그는 아담 스미스와 시대를 함께한 영국의 수상이었다. "학생이 선생님보다 먼저 자리에 앉을 수는 없습니다." 피트는 아담스미스를 선생으로 칭했다. 한 모임에 아담 스미스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기립해 그를 맞이했다. 아담 스미스가 참석자에게 앉을 것을 권하자 당시 영국 수상이던 피트가 한 말이다.아이작 뉴턴, 제임스 와트, 아담 스미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대과학자, 증기기관 발명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원리로 시장경제를 설파한 낸 '국부론'의 저자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현대 과학과 현대적 생산시설, 자본주의를 창조해 냈다. 창조적 인물들 덕분에 영국의 자본가들은 역사의 주역이 됐다. 영국은 이미 권력이 시민들의 손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명예혁명으로 모든 권력이 의회의 손으로 넘어왔고 귀족에 이어 신흥 상인들도 의회권력에 참여하고 있었다. 개인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경제기반과 민주적 정치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 '경제 따라잡기'는 많은 경우 강력한 독재체제와 '쌍생아' 관계다. 독일 일본 러시아의 경우가 그렇다. '경제발전'을 명분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만들고 군사력과 사회적 위협이란 무력을 동원한다. 열강들은 영국을 따라잡기 위해 왕권 강화와 엘리트에 의한 권위주의적 지배를 채택한다. 철혈재상으로 불린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는 빌헬름1세의 왕권 강화를 통해 군사력(혈)과 경제(철) 건설에 나섰다. 일본은 발전전략으로 독일을 모방한다.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가 헌법을 제정하면서 일본의 모든 권력이 천황(일왕)으로 부터 나온다고 신성화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선동을 통해 국민들을 동원하고 한정된 자원을 특정분야에 집중 투입해 선발국과의 경제력 격차를 줄여나가는 전략을 채택한다. 창조경제는 민주주의와 짝이고 계획경제는 권위주의와 짝인 셈이다. 학자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민주적인 영국 수상 피트는 기억나지 않지만 국민 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 독재자 비스마르크와 이토 히로부미는 기억하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얘기한다. 한강의 기적은 대표적인 따라잡기 전략을 통해 이뤄졌다. 권위주의 지배와 정부주도 자원배분으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박대통령은 또 창조경제를 얘기한다. '따라잡기식'은 더이상 안된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창조경제를 말하고 있다. 때문에 박대통령의 얘기를 듣다보면 헷갈리기도 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이 잘 못 선택된 것이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의 창조경제가 하루 이틀에 된 일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도 있고 성공을 이끈 수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역사는 보여준다. 대헌장부터 권리장전까지 왕권을 제한하며 시민권을 찾아온 민주주의가 창조의 근본적인 토대였다는 점을. 권위주의는 계획경제의 짝이었다는 사실을.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권위주의의 탈피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 과반수이상의 지지로 당선된 박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다.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국정운영에 권위주의적 잔재는 없는지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 권위주의의 물을 빼지 않으면 창조경제의 성공은 요원하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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