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 판 깔긴 했지만 족쇄도 널려있어

사활건 여의도전투⑭ 자본시장법 개정안 전문가에게 듣는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뒤섞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자시법 개정안에는 IB 활성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도입, 조건부자본증권제도 등 기업 자금조달수단의 다양화, 중립적 의결권제도(Shadow Voting) 폐지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대출 및 신용공여 규모는 기존안에서 자기자본의 200%였던 기준이 100%로 낮아졌고, 동일 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역시 자기자본의 25%로 제한하는 등 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바뀐 부분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단 금융투자업계에 새로운 먹거리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봤다. 몇 년간을 국회 문턱만 바라보던 법안이 올해 상반기 통과되면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도 업계 전반의 호재라는 평가다. 반면 대형IB 육성을 위해서는 '2% 부족한' 개정안이라는 점과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자시법 개정안이 IB 육성에 실제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하게 될지, IB육성을 위해 증권사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뭔지, 변화된 환경에서 증권사들이 새 먹거리로 발굴할만한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대담 형식으로 꾸몄다.  ▲이정수 금융투자협회 증권서비스본부장=자시법 개정안 통과는 금융투자 업계에 새로운 업무 영역의 길을 터줬다는 의미가 있다. 기업여신 등 기존 업무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끔 된 거다. 처음에는 우선 대형사 중심으로 출발하는 형식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업계 전체가 활로를 개척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긍정적이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업계 전반에 걸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형증권사들은 IB 진입을 위해 자기자본 3조원을 확보해 놨는데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해당 증권사들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올라갔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거시분석실장=자시법 통과로 결국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브로커리지(소매영업)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다들 먹거리가 없는데 대형증권사만 IB 쪽에서 수익을 확보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형사가 중소형사 영역을 해치지 못하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도 필요하다. 결국은 증권사 별로 특화사업을 마련해야한다. 대신증권은 요새 해외채권을 많이 팔고 있는데 이처럼 기존에 한정돼 있던 상품을 신상품 발굴 등을 통해 다양화하는 전략도 유효할 것이다. 또 중소형사 인력도 대고객 상대로 하는 컨설팅 역량이라든지 필드 역량을 길러야 한다. ▲문병순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IB 업무는 고급 인력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많은데, 고급 인력에 대한 충분한 권한과 보상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지주사와 정부에 소속돼 있는 대형 증권사들은 보수적인 기업 문화와 비합리적인 책임 추궁 등으로 인해 성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수 아시아경제 증권부장=자시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대형사나 중소형사 모두 새로운 과제를 안은 것 같다. 특히 대형 IB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인형=대형IB 육성 관련, 일단 IB에 대한 장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관건은 해당 증권사들이 3조원 이상 자본금으로 얼마만큼 신규 사업을 확보해 나가느냐 여부다.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IB는 대기업 서비스인 만큼 증권사들의 자구 노력 역시 필수다.  ▲김윤기=IB진출을 위한 자기자본을 더 낮춰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각기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일단 대형증권사들에는 새로운 수익창출 창구가 생겼다는 것이 장점이다. 자시법 개정안 통과가 좀 늦었다.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 앞으로 IB를 키울 수밖에 없다. IB로 가는 방향은 맞는데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고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천천히 가야 한다. ▲이정수=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바로 대형 IB가 생기는 게 아니다. 자구노력이 필수다. 기업금융, 여신,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업무를 활발히 해달라는 요청을 한다. 아시아 등 해외 진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당장 어떤 가시적인 결과물이 떨어질 순 없다.  ▲김종수= 몇 년의 산고 끝에 자시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는 지적이 있다. 가장 시급한 보완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문병순=이번 자시법 개정은 규제완화가 기본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증권업 발전에 가장 걸림돌은 형법상 배임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처벌하고, 검찰의 전문성이 부족해서 정상적인 증권업무를 배임죄로 고소한다는 문제가 있다.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포괄적 배임죄 처벌이 가장 큰 문제다. 배임죄는 한국과 일본, 독일에만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크다. 배임죄가 폐지되거나 합리적으로 운영돼야만 증권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 ▲이인형=파생규제,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 등 전반적으로 알게 모르게 증권사들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들이 진행돼 왔다. 가뜩이나 경기 어렵고 거래대금 줄고 있는 상황에 매매 규제가 적용되니 더 어려운 것이다. 증권사 수익 역시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증권사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산업 육성 차원에서 해당 규제안들이 굳이 필요했는지 의문이 든다.  ▲김종수=ELW와 관련, 검찰이 무려 13개 증권사 사장을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나는 등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란 지적이 많다. 그러나 무조건 규제를 풀 수도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논란이 있는 규제들은 어떤 것이 있나. ▲이인형=신용공여 제한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 본다. 워런트 금지는 과거 일부 회사에서 워런트를 대주주 불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문제 사례가 있어 마련된 것이다. 지나치게 저가 발행 한다든지, 그런 악용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이런 규제 요인들은 전체 법안의 일부이고, 보는 시각에 따라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김윤기=이번 자시법에서 증권사별 신용융자한도가 동결됐다거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설 제한조치라든지에 대해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서서히 조치를 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특히 IB 업무는 생각보다 국내에 전문가들이 없다. 그래서 단기간에 하는 것 보다는 차근차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리=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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