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성남 김성준,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성남=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올 시즌 성남일화의 선발명단은 변화의 폭이 유독 두드러진다. 안익수 감독 부임 이후 골키퍼를 비롯한 공수 전반에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이 진행됐다. 2년 연속 베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주장 박진포와 중앙 수비수 윤영선, 측면 공격수 이창훈 정도. 더불어 지난해 성남에 둥지를 튼 미드필더 김성준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드래프트 2순위로 대전 유니폼을 입은 그는 입단 직후 촉망받는 자원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3시즌 동안 남긴 성적은 71경기 4골 7도움. 동갑내기 황진산(대전), 이현웅(수원)과는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팀 내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전 서포터스는 선수단 숙소가 있는 지명을 따 이들을 '국곡리 아이들'로 불렀다.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선택한 성남행.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이란 간절한 목표가 있었다. 어렵게 내린 결단에도 이적 당시 그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요란하지 않았다. 동반 입단한 윤빛가람(제주), 한상운(울산), 황재원 등 스타급 선수들의 그늘에 가렸다. 결과적으로 해가 바뀐 가운데도 제자리를 지킨 건 김성준이 유일하다. 불협화음 논란을 남기고 대거 팀을 떠난 이적생들과는 달랐다.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다음은 김성준과의 일문일답-성남 입단 당시 주목도에 비하면 가장 성공적인 영입인데.지난해 함께 이적한 선수들은 거의 국가대표급이었다. 아무래도 언론의 관심이나 팬들의 질타가 그들에게 많이 쏠렸다. 묵묵히 주어진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적생을 향한 비판이 마음 편하진 않았을 텐데.물론이다. 책임감이 컸다. 워낙 인지도 높은 선수들과 함께하다보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해 성적부진 때문에 멤버들이 질타를 받을 때면 팀의 일원으로 부담을 많이 느꼈다. -성남의 부진을 가까이서 지켜봤는데 특별한 문제가 있었나.지난 시즌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연패를 당하고 결과에 비판이 뒤따르면서 선수단 내 신뢰가 무너진 부분이 있었다.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패배에 익숙해졌다. -전성찬이란 포지션 경쟁자의 부상공백이 본인에겐 기회였는데?물론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팀에는 마이너스다. 경쟁자가 있으면 개인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조직력도 훨씬 단단해진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지만 세밀한 플레이가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스타일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키가 작기 때문에 활동량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체격조건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위해 신경 쓰다보니 플레이가 다소 투박해진 느낌이다. -성남 이적 후 두 명의 감독을 거쳤다. 어떤 차이가 있나?신태용 감독님은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하셨다. 안익수 감독님은 매 경기 준비가 철저하고 완벽에 가깝다. 훈련에 대한 목표와 열정, 집중력을 늘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확실히 다르지만 각각의 장점은 있다.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이 쉽지 않았을 텐데.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안 감독님이 더 혹독하게 선수단을 몰아붙인 느낌이다. 성적부진과 패배의식을 지우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안 감독의 훈련 방식을 경험해본 소감은.워낙 주변에서 겁을 많이 줬다. 막상 부딪쳐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웃음). 하다보니 적응이 되더라. 동계훈련 때는 새 팀을 만드는 과정이었고, 훈련이 혹독할 수밖에 없었다. 효과는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수비라인의 안정감, 공수 전환 속도가 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팀이 단단해진 느낌이다. -동계훈련기간 선수단이 대폭 물갈이됐는데. 솔직히 변화가 너무 많아 새 팀에 온 기분이었다. 코칭스태프도 다 바뀌고. 오후 훈련 끝나고 다음날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갑작스런 작별에 인사도 제대로 못한 동료들도 많았다.
-열악한 환경과 고된 훈련에도 나름 적응을 잘하는 비결이 있다면.성남은 전용 연습구장이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큰 어려움은 못 느낀다. 대전에서도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당시 경험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프로는 실력으로 인정받는 무대고, 축구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환경에 대한 부분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올 시즌 바라보는 목표는.올해는 ACL 출전권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득점과 어시스트도 간과할 수 없다. 10개 이상 공격 포인트를 개인적인 목표로 잡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울산전에서는 결승골도 넣고 3연승을 이끌었는데.최근 팀이 연승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방심하거나 준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개막 이후 5경기까지 승리가 없어 상당히 힘들었다. 그런 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매 경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2년 연속 베스트 멤버로 뛰면서 책임감이 남다른 것 같다.올해는 팀 성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려 한다. 작년에 받았던 스트레스와 안 좋은 기억들을 모두 떨쳐내고 싶다. 예전 성남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살아남았단 표현보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
김흥순 기자 sport@정재훈 사진기자 roz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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