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인들과 국내 소비자 vs 노점상과 외국인 관광객 '뚜렷한 시각차 보여'
▲19일 노점상 2부제를 실시한 명동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명동역 6번 출구를 나와 보면 예전과 달리 텅 비어 있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이 작은 숍(노점상)들이 불법이라고요? 한국 음식도 먹어 보고 쇼핑을 하기 위해 명동에 오는데 이 숍들이 사라지면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요(boring). 길에 있는 이 작은 가게들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attractive). 올 때마다 길거리 음식은 꼭 사 먹어봐요. 떡볶이, 만두 등은 빠지지 않고 먹는 것들이죠."19일 명동 시내에서 만난 싱가포르에서 온 리싱이(24)씨는 "2번째 한국 방문인데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 음식은 꼭 한번 씩 사 먹어 본다"며 이처럼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리싱이씨는 길 한복판에서 튀긴 만두를 먹고 있었다. 리싱이씨 외에도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들은 길에 서서 떡볶이와 만두, 회오리 감자, 어묵 등을 먹고 있었다.노점상이 사라지고 있다. 명동 길거리를 점령하고 있던 노점상들이 하루 평균 260여개에서 130여개로 줄었다. 중구청에서 실시한 '노점상 2부제'로 노점상들이 격일 근무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반 시민들과 명동 상인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당장 일하는 시간이 반으로 줄어든 노점상들과 길거리 음식을 관광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노점상에서 애완용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전반적으로 오는 관광객 숫자가 아예 줄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며 "일단 나오는 날이 반으로 줄었으니까 매출도 반 토막 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노점상 구경하다 일반 상점으로 들어가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관광객들은 명동에 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9일 명동에서 노점상들이 장사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명동 상인들은 아예 노점상들이 다 사라져야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10여 년째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노점상들이 싹 사라지지 않는 이상 매출에 영향이 없다"며 "지금은 아예 관광객들이 60% 정도 줄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북한 핵 위험에 엔저 현상까지 관광객 전체가 줄어서 노점상 일부가 사라졌다고 해서 우리 매출의 변동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점상이 사라지는 것과 자신들의 매출은 관계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명동에서 소매상으로 물건을 떼어주는 한 상인은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나와서 있는 메인 길을 1구역이라고 부르는데 거기는 300만~350만원의 월세를 내야 장사를 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그만큼 돈을 내고서도 노점상들이 거기를 떠나지 못 하는 것은 그만큼 이익이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세금도 내지 않고 장사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만 손해를 본다"고 첨언했다.또 다른 상인은 "노점상 없어져서 화장품 매장이 장사 안 된다는 소리는 헛소리"라며 "관광객 전체 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그 효과로 방문객이 감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획일화 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는 인원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동은 10m 지나면 또 하나가 있을 정도로 브랜드숍 화장품 매장이 많다.노점상들이 줄어들자 시민들은 편리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직장인 박현정(29)씨는 "노점상들이 사라지니 길 다니기가 훨씬 편해졌다"며 "오히려 명동에 원래 있던 상점들을 알게 돼 쇼핑하기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노점상들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던 상점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이현주 기자 ecol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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