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걸고 벌이는 국세청의 '지하경제 전쟁'올해 1억→10억 인상후 제보 20~30% 증가지급 상한 없는 외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지난달 초 국세청이 국내 담배업계 1위인 KT&G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조사요원 100여명이 투입돼 정밀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전직 KT&G 임원이 국세청에 KT&G의 비자금 조성 등 탈세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국세청이 탈세를 신고한 제보자에게 지급하는 포상금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올리기로 방침을 세운 데는 탈세 신고를 적극 유도해 세원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세수를 늘리겠다는 이중포석이 깔려있다. KT&G 사례를 포함해 실제로 올해 탈세제보 포상금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린 후 탈세 제보 건수가 20~30% 늘어났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1분기 탈세 제보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30% 정도 늘어났다"며 "올해 초 포상금이 인상된 데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포상금 인상 후 제보 20~30% 증가 = 탈세 제보 포상금 지급은 2007년 44건 19억2700만원에서 2011년 150건 27억2700만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제보 건당 지급액은 2007년 4400만원에서 2011년 18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는 탈세 제보 포상금이 올해 10억원으로 인상되기 전인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한도액이 1억원으로 묶여 제보 실효성이 낮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올해 초 포상금을 10억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오는 7월부터 탈세 제보 포상금 지급률도 올리기로 했다. 탈루세액이 5000만~5억이면 포상금 지급률은 15%이고 5억~20억원이면 '7500만원+5억원 초과액의 10%', 20억원 초과 땐 '2억2500만원+20억원 초과액의 5%'이다. 예전에 1~10억원에 5%, 10억~20억원에 '5000만원+10억원 초과액의 3%', 20억원 초과에 '8000만원+20억원 초과액의 2%'를 지급했었던 것과 비교해 지급률이 높아졌다.◆ 외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 =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200만달러 이상 고액 탈세 제보에 대해서는 징수금액의 최저 15%, 최고 30%까지 포상금을 주고 지급상한을 두지 않는 미국 시스템에는 한참 못 미친다.미국 국세청은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회사 UBS가 미국 자산가들의 탈세를 도왔다는 물증을 제공한 전 UBS 직원 브래들리 버켄펠드(48)에게 포상금 1억400만달러(약 1170억원)를 지급했다. 이 금액은 국세청이 내부고발자에게 지급한 포상금 가운데 최고다.미국 국세청은 버켄펠드의 제보를 받고 UBS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여 과징금 7억8000만달러(약 8800억원)를 부과하고 미국인 고객 4500여명의 계좌 정보를 받아냈다. 당시 미국 국세청은 "버켄펠드가 제공한 정보는 매우 유용했다"며 "그가 받는 돈은 UBS의 비밀을 폭로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밝혔다.미국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찾아낸 미납 세액이나 과징금 가운데 최대 30%를 정보원에게 포상금으로 주고 있다. 미국은 2010년 97건 1900만달러(214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했고 포상금 지급에 상당한 재량을 갖고 있는 영국은 지난해 37만파운드(약 7억원)를 지급했다.
◆ 포상금 지급 기준 완화해야 = 국세청은 탈세 제보로 해마다 4000억~6000억원대의 추가 세액징수를 올리고 있으며, 이번 포상금 인상 추진으로 추가 징수액이 1조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도 미국과 같이 지급 한도를 더 올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면 탈세를 막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에 포상금을 인상하는 것 또한 이 같은 방안의 일환"이라고 말했다.다만 탈세 제보 포상금제가 좀 더 실효성을 가지려면 '처벌에 대한 기여도'가 아닌 '세수증대 기여도'로 포상금 지급방향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탈세 제보 포상금은 27억원으로, 탈세제보로 인한 추가징수액(4812억원)의 0.6% 수준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는 정확한 탈세 정보를 제공해야 포상금을 지급하는데, 이 기준을 좀 더 완화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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