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교란전술 통했나'…정부·새누리, 곳곳서 우왕좌왕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북한의 도발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대응 방안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북의 선제적인 입장 변화를 요구하던 정부는 돌연 노선을 선회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매파'와 대북한 메신저 역할을 하는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비둘기파'로 의견이 엇갈렸다.
◆ 대북 노선 혼선…北은 '무시'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찬을 하며 "북한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날 오후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발표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자 직접 언급한 것이다.류 장관은 "북한에 대한 공식 대화 제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화 제의라기보다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하려는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시켰다. 통일부 당국자도 "대북 정책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화 제의를 한 게 맞다"며 톤을 높였다.남북간 물밑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이 같은 관측은 무색해졌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같은날 저녁 "우리 혁명 무력의 위력(강력)한 타격 수단들은 이제 단추만 누르면 발사되게 돼 있고 발사되면 원수들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이라며 "전쟁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위협했다.◆ 對北 미숙함 드러낸 박근혜정부이를 놓고 남북 관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정부의 대응이 두 마리 토끼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정쩡하게 대화를 언급함으로써 대북 협상용 카드인 '先 대화' 카드의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단호한 대응으로 일관해 온 대북 기조에 흠집만 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 출신 위주의 국가안보실과 통일·외교 라인 사이에 소통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그동안 대북 대응은 공식라인과 비선라인이 동시에 가동되는 '투트랙'을 사용해왔다. 고도의 보안을 요하는 남북관계의 특성상 남북간 중요한 합의나 제안 등은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라인을 통해 의견 접근을 이룬 뒤 발표됐다. 실제로 2번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비선라인은 가동됐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노동부 장관 시절인 지난 200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비밀회동을 갖고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를 논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새누리조차 엇갈리는 對北 노선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12일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에 대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환영하면서도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 타이밍에 특사 파견은 이른 감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국회 외통위 새누리당 간사인 윤상현 의원이 "우리가 먼저 대북 특사를 제안하면 북한의 위협에 굴복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고 했던 부분에 대한 반응이다.여당 내에선 그간 전술핵 재배치와 전시작전권 재검토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여당 내 강경파인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는 "한국은 국가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NPT 10조에 의거, NPT에서 탈퇴할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전술 핵무기의 재배치, 2015년 전작권 전환 계획의 폐기 등을 요구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공포의 균형만이 핵위협을 이기는 유일한 길"이라며 힘을 실었다.당 지도부는 뚜렷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채 정부에 대한 지원 입장만을 강조했다. 황우여 대표는 "북한의 의도가 남남갈등을 촉발하는 데 있는 만큼 여·야·정은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은 "여당은 정부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정부가 오판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한다"며 "아무래도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며 대응 자제를 주문했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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