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① 2008년 위기이후 달라진 인식…가산금리 일방引上 관행, 고객이 제동걸어
<b/>소비자보호가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권은 물론 보험 카드 등 전 금융업계가 '소비자보호'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정책의 1순위로 삼고 있다. 새 정부가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금융정책도 '소비자보호'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금융소비자본부를 신설해 전무급을 최고책임자로 임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금융소비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보의 불균형, 금융사들의 속임수, 금융당국의 홀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 금융권별 소비자 피해 사례와 문제점을 8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 기업인 이 모씨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A은행으로부터 3년간 연 12%의 금리로 7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사업초기부터 10여년을 거래해왔던 은행이기 때문에 믿고 돈을 빌렸다. 하지만 이 대출금리가 최근 16.5%까지 높아진 것을 최근 알게 됐다. 은행에선 그간 아무런 고지가 없었다. 뒤늦게 문의해보니 신용등급이 떨어졌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했다는 답변이었다. 이씨는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이다. #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최 모씨는 B보험사의 중도인출이 가능한 보험에 가입했다. 납입금액의 50%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설명에 최씨는 월 9만9000원씩 16개월을 꼬박 납입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돈을 인출할 수 없었다. 영업사원의 말과 달리 이 상품은 적립금(해지환급금)의 75% 범위 내에서 50%의 금액을 인출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보험사에 가입 취소를 요구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앞서 이씨가 소송 준비 중인 은행은 얼마 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중소기업의 대출 가산금리를 교묘하게 인상해 180억원이 넘는 이자를 챙긴 혐의다. 금융권에서는 이 은행에 대한 동정론도 나온다. 돈을 대출해 준 뒤 추가 약정 없이 일방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사례는 사실상 거의 전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관행인데, 이 은행만 '운이 나빠' 걸렸다는 것이다.하지만 이 사례가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금융당국도, 금융소비자도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소비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이긴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부실 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으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보험사를 상대로 분쟁조정 신청을 한 최씨도 결국 그동안 납입한 돈을 전부 받아냈다. 유사한 사례에서 감독당국은 10건 중 8건에 대해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성만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피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이 인식이 매우 달라졌다"며 "금융보험 피해구제 접수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금융보험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2008년 1294건에서 지난해 3008건으로 4년만에 배 이상 늘어났다. 2009년 1556건, 2010년 2292건, 2011년 2726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금융권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해도 집단소송의 대상이 된다. 금융권이 전방위적으로 소비자보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이는 소비자보호가 금융사 경영의 주요한 요소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사들은 경쟁적으로 소비자보호 전담기구를 만들고 있다. 감독당국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감독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 강민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는 전반적인 금융감독 패러다임 변화와도 연관된다"며 "금융사들의 경영에 소비자보호의 개념이 중요하게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금융소비자보호의 핵심은 정보 불균형의 해소다.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는 금융사와 비교했을 때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며 "자율준칙 등을 통한 금융사들의 노력과 별개로 소비자 개개인의 권리의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김대섭 기자 joas1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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