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비슷한 운명에 놓인 두 남자가 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지만 반드시 19대 국회에 입성해야만 한다. 만약 지게 된다면 정치생명과 함께 그들의 꿈이 사라질 수도 있다. 서울 노원병의 안철수 후보와 부산 영도의 김무성 후보는 정치적 꿈을 달성하기 위해 확실한 승리를 챙겨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이번 재보선은 일찌감치 판세가 기울었지만 향후 정치권의 역학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거물급 인사의 국회 입성은 여야 모두의 권력추를 이동시킬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 오는 4·24 재·보궐선거에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서울 노원병·왼쪽)와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부산 영도)
안 후보의 원내진입은 민주통합당 중심의 야권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다.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의 지원을 거부한 안 후보는 '홀로서기'를 통해 독자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 지도부 또한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을 걱정하는 눈치다.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한길 의원이 안 후보와의 연대를 공공연하게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김 후보의 당선도 친박계 중심으로 짜여있는 고요한 새누리당에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써부터 당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김 후보는 '자기정치'를 실현하는 스타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수직적 관계를 형성한 현 황우여 대표 체제에 불만을 가졌던 의원들이 급속히 김 의원 주변으로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당권은 물론 향후 국회의장 선출, 당-청 관계까지도 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영향력 때문에 각 당은 견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서울 노원병의 안철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지도부와 함께 야권 바람의 주인공인 문재인 의원을 부산 영도에 집중해 지원사격을 할 예정이다.그래서일까. 이들의 선거방식은 상대당과 차별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안 후보는 노원병에서 민주당의 선거 지원을 스스로 거절했다. 김 후보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영도 다리를 건너오지 말라며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 모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데 집중하는 선거를 치르겠다는 공통 전략을 택했다.문제는 득표력이다. 두 사람이 어느 정도의 표차로 이기느냐에 따라 이들의 미래가 결정된다. 어중간하게 이기면 이들의 앞길은 불투명하다. 적어도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각 지역에서 당선됐던 이들의 성적은 넘어야 한다. 서울 노원병에서 진보정의당 노회찬 당시 후보는 57.21%를 득표해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39.62%)를 압도했다. 부산 영도에서는 당시 새누리당 이재균 후보가 43.80%, 통합진보당 민병렬 후보가 37.64%를 얻었다.이들의 운명은 투표율에 달려 있다. 역대 재·보궐선거는 전국선거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투표일도 평일이라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강한 새누리당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다만 중앙선관위가 19~20일까지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새로운 '부재자투표 제도'를 시행해 투표율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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