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골프영어산책] '첫 경험을 잘해야~'

'머리 올리다'는 한국적인 해학이 녹아든 골프용어다. '머리를 올리러 온' 한 여성골퍼의 땋은 머리가 아름답다.

한국골퍼들이 만들어낸 신종 골프용어를 자세히 음미하다 보면 그 뛰어난 조어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5년 전 북한 평양골프장에 갔을 때다. 사석에서 한 친구가 골프를 '십팔구멍에 공알넣기'라고 작명해 박장대소를 한 적이 있다. 생애 첫 번째 라운드 때 '머리 올린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기생이 자기의 처녀성을 바친 뒤 어른이 됐다는 뜻에서 머리를 땋아 올리고 비녀를 꽂는 조선시대의 풍습에서 유래한 말이다. 미국도 비슷하다. 은어로 'pop the cherry'라고 쓴다. cherry는 슬랭으로 '여성의 처녀막'을, pop은 '건드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머리 올린다'와 일맥상통한다. 일상적인 영어 표현으로는 'first teeing' 또는 'first experience'가 근접한 표현이다. 일본 골퍼들은 반면 남성에 빗댄다. '후데오로시(筆おろし)'라고 하는데 '총각 딱지떼기' 즉 남성의 동정상실을 의미한다.첫 홀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 골퍼가 유사한 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첫 홀 티 샷에서 아웃오브바운즈(OB)나 토핑이 나면 멀리건을 주는데 이를 아침식사 후 몸이 덜 풀려 치는 샷이라는 뜻에서 '브랙퍼스트 볼(breakfast ball)'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첫 홀은 무조건 '올 보기', 또는 한 명이라도 파를 하면 동반자들의 스코어도 파로 써주는 일명 '일파만파' 룰이 있다. 외국인에게 설명했더니 "일리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독일 자동차 아우디의 로고는 '0'이 연이어 4개가 붙어 있다. 4연속 파를 하면 '아우디 파'라 하고 5연속이면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과 비슷하다고 해 '올림픽 파'로 부른다. 야구에서 사용하는 싸이클 히트와 같이 서로 다른 세 종류(파3, 파4, 파5)의 연속된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했을 때는 '싸이클(링) 버디'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three birdies in a row'에 해당된다. 비즈니스 용어에서 쓰는 'B2B'는 골프에서 벙커에서 다시 벙커로 들어갔을 때 놀리기 위해서 사용한다. 퍼팅이 홀을 훨씬 지나치게 강하게 치면 "장모님이 좋아하겠네"라고 한다. "사위의 힘이 좋아 밤에도 자기 딸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은어에서 탄생됐다. 퍼팅한 공이 컵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설거지하고 나왔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입술을 돌고 나왔다(lip out)"고 해서 전직 대통령과의 스캔들을 연관시켜 '르윈스키'라고 외친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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