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증권사의 떨떠름한 먹거리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소기업엔 엔젤투자 창구 뉴 버전, 증권사엔 짭짤한 새 먹거리다."(금융당국 고위관계자) "작은 회사 상장 도와줬다가 피해는 혼자 다 뒤집어 쓸 수 있는 곳이다."(대형증권사 모 임원) 올해 상반기 중 출범 예정인 코넥스를 두고 주식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같은 단어를 두고 남녀간 상반된 뜻 풀이로 웃음을 주는 모 방송사 개그코너 장면이 순간 오버랩된다. 코넥스를 정의하는 증권사 관계자들의 '자조적인 푸념' 속에는 금융투자업계의 누적된 박탈감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코넥스는 인큐베이팅 단계의 혁신형 중소기업을 위한 새로운 자본시장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소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수익원 고갈에 허덕이고 있는 증권사들에게 돌파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당초 오는 7월 출범을 예정했지만 금융위가 지난달 정례회의에서 '코스닥시장 상장·업무·공시규정'과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승인하면서 상반기 내 시장 개설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투자 가능 대상은 증권사, 은행, 연기금 등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와 벤처캐피털, 기본예탁금 3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로 한정된다. 시장 진입·퇴출 요건과 상장·공시부담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과 비교해 완화됐다. 지정자문인 제도를 새롭게 도입해 창업 초기 중소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돕고 투자자 보호 등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최근 증권사를 대상으로 지정자문인 신청을 접수받은 결과 23곳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거래소는 2주간의 심사를 거쳐 10곳 안팎의 지정자문인을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얼핏 보면 지정자문인으로 '간택'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꽤 복잡한 사연이 담겨있다. 실제 접수 최종일인 지난 15일 오전까지 단 한 곳의 증권사도 원서를 제출하지 않다가 막판 일시에 원서를 내는 '눈치 작전'이 펼쳐졌다. 특히 제출 명단에 외국계 증권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여된 책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떨떠름한 표정이 역력하다. 한 대형증권사 IPO담당 관계자는 "당초 지정자문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가 경영진의 주문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고 귀뜸했다. 이어 "먹거리 확보 경쟁에 뒤쳐질 수 있다는 조바심도 있었지만, 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뒤 닥쳐올 지 모르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지정자문인에게 유망 중소기업 발굴과 상장업무 지원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상장 요건을 충족하도록 기업을 다듬는 이런저런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댓가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 같이 소형기업에 경영컨설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곳과 상장으로 이끄는 곳을 따로 둬 부실 리스크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상장 이후 기업 부실 책임을 증권사가 온전히 떠안는 구조도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당국이 올해 50개사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준비기간이 짧은 만큼 완충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장 초기 주가 안정을 위해 환매조건부사채(BW) 발행 등 일종의 '시장조성'에 나설 경우 원활하게 매매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증권사 수익창출 메뉴가 모처럼 추가됐다. 베스트셀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고민과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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