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점수표 쓰면 입찰업체 1,2위 바뀌어...제기되는 문제들 '사전 안내된 내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의 능동 어린이대공원 놀이시설 리모델링 공사 입찰 특혜 의혹과 관련, 사업 담당 기관이 서울시 기준과 다른 형식의 점수 집계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추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아시아경제신문이 제기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이런 저런 해명을 내놨지만 여전히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동부공원녹지사업소는 지난해 9월 어린이 대공원 유원시설ㆍ기구 제조ㆍ구매 설치 입찰 당시 평가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서울시가 공식 규정해 놓은 것과 다른 양식의 점수 집계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제안서평가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의 별지 서식(4호)를 통해 평가 점수를 집계할 때 각 평가위원별로 총점을 낸 후 이중 최하점ㆍ최고점을 제외한 나머지를 합산해 평균을 내는 방식을 쓰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사업소는 이런 방식 대신 각 항목별로 평가위원들의 점수 중 최고점ㆍ최하점을 배제한 후 평균점수를 내고 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최종 점수를 매겼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당시 평가위 평가 결과 1, 2위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업소 측은 A컨소시엄이 53.13점으로 1위, B컨소시엄이 53.01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지만 서울시 규칙대로 다시 점수를 집계하면 B컨소시엄이 52.83점으로 1위, A컨소시엄이 52.71점으로 2위로 역전된다. 이에 따라 2위를 차지했던 B컨소시엄 측에선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점수 집계 방식을 임의로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소 측은 이에 대해 "사전 안내된 내용"이라며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제안요청서를 통해 항목별로 평가하도록 사전에 안내한 내용이며 자문을 거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사업 담당부서에게 그 정도의 재량권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업소 측이 관련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의혹은 여전하다. 사업소가 사전에 배포한 제안요청서 심사 기준에는 "기술부문 중 주관적 평가부문은 항목별로 기술평가위에서 위원별로 업체별 평가점수를 평가한 후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준 위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위원의 평가점수를 합산해 산술평균 한 점수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즉 사업소 측도 최고점ㆍ최하점을 제외할 때 평가위원별 총점을 기준으로 하라고 명시해 놓았다는 것이다. 사업소 측이 '항목별로'라는 단어 하나를 핑계삼아 점수 집계 방식을 변경, 순위를 뒤바꿔 놓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와 함께 이미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사업소 측이 내놓은 해명도 허점이 많아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소 측은 우선 A컨소시엄의 설계도가 부지 경계를 침범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업부지를 벗어나 계획한 시설물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사업소 측이 공개한 설계도에 보면 청룡열차(패밀리 코스타)의 레일 일부가 부지 경계를 침범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일부 시설에 대해 이전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업소 측은 "마스터 플랜에 표기하고 프리젠테이션에서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시설의 이전과 관련한 설계도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봐주기' 의혹이 여전하다. 또 A컨소시엄 측이 놀이시설 총 탑승능력을 허위 과대포장했다는 지적에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심사위원들의 평가 결과에 다 반영된 것"이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허위 사실 표기로 자격박탈 사유에 해당되며 기술적으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평가위원들 중 일부의 결격 사유 해당 의혹에 대해선 "제척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법률 검토 결과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규칙은 '평가대상'과 관련된 사람들은 평가위원에 위촉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해당 위원들은 놀이시설 리모델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놀이기구 선정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평가 대상'이 해당 업체 또는 사업 내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놀이기구 선정 자문위원들을 입찰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선정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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