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를 참배 모습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22분 백령동 연화리 서남방 2.5km 해상. 승조원 104명을 태우고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46명이 산화한 천안함 피격사건은 오는 26일 사건 발생 3년을 맞는다. 천안함 피격사건이후 달라진 점과 달라져야 할 점을 짚어본다. ▲북한의 해상도발 위협은 오히려 더 늘어=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북한의 해상도발 위협은 더 늘어났다. 북한군은 해상 기습침투 수단을 증강하면서 작년부터 도서 기습점령을 위한 육ㆍ해ㆍ공군 합동상륙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하계훈련 때는 황해도 앞 '초도'에서 대규모 상륙훈련을 했다. 해병대와 서북도서방어사령부는 북한군의 다양한 서해 도서 기습상륙 시나리오를 작성해 맞춤형 대비태세 전략을 마련했다. 북한군의 해상 도발과 관련해 반잠수정, 잠수함(정), 공기부양정, 해안포 등의 위협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동-B급'으로 불리는 반잠수정이 작년 말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반잠수정은 수상함 공격용 어뢰 발사관 2기를 갖추고 있다. 어뢰 발사관에서는 천안함을 피격한 것으로 발표된 'CHT-02D' 등 북한이 자체 개발한 신형 어뢰를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동-B급'은 길이 17m, 높이 2.2m, 무게 5∼11.5t으로 해수면에 반쯤 가라앉은상태로 고속 기동, 대함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 잠수함(정)의 침투 훈련도 3∼4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의 잠수함(정)은 남한의 7배인 70여 척에 이른다. 로미오급(1800t), 상어급(325t) 잠수함과 연어급(130t), 유고급(70t) 잠수정 등이 대표적이다.
백령도 용기원산에서 바라본 진촌 일대 전경. /사진제공=인천시
로미오급은 21인치(533㎜) 어뢰 14기를, 상어급은 21인치 어뢰 4기를 각각 탑재하고 있다. 신흥급(40t), P-6급(68t) 어뢰정은 21인치 어뢰 2기를 탑재해 NLL을 수호하는 참수리급 고속정에 위협이 되고 있다. NLL 북쪽 서해에는 잠수함 13척, 360여 척의 함정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연평도 북방 사곶의 서해함대사령부 예하 8전대의 함정만 74척에 이른다. 북한이 서해 NLL에서 북쪽으로 60여㎞ 거리의 고암포에 공기부양정 7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기부양정 기지를 건설한 것도 위협이 되고 있다. 작년 완공된 이 기지에는 아직 공기부양정이 배치되지 않았다. 평안북도 철산군의 공기부양정 모항에서 고암포로 이동, 훈련을 한 뒤 복귀하고 있다. 북한군의 공기부양정은 길이 21m로 최대속력 시속 74∼96㎞인 '공방Ⅱ'(35t급)와 길이 18m로 최대속력 시속 96㎞인 '공방Ⅲ'(20t급)가 있다. 길이 34m의 공기부양전투함(170t)에는 앞과 뒤쪽에 57mm 기관포 1문, 30mm 기관포 1문이 장착돼 있다. NLL 인근 북측지역 서해안과 섬 등에 해안포 1000여 문이 배치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백령도 인근 장산곶과 옹진반도, 연평도 근처 강령반도의 해안가를 비롯한 기린도와 월내도, 대수압도 등에 해안포 900여 문이 있다. 군항인 해주항 일원에만 100여 문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해안포는 사거리 27km의 130mm, 사거리 12km의 76.2mm가 대표적이며 일부 지역에는 사거리 27km의 152mm 지상곡사포(평곡사포)가 배치되어 있다.
▲보강된 우리 해군의 전력은= 서해 바다를 지키는 해군 2함대 소속의 초계함 이상 함정에는 어뢰음향대항체계(TACM)가 장착됐다. 소나의 기능을 보강하는 TACM은 고래소리와 잠수함 소리 등 온갖 수중 소음을 탐지, 적 잠수함(정)을 식별할 수 있다. TACM은 기만기를 투하해 적이 발사한 어뢰를 교란하는 장치도 갖추고 있다. 또 지난 1월부터 해군에 인도되기 시작한 차기 호위함(2천300t급)은 TACM과 함께 신형 소나, 해상작전헬기 등을 갖추고 있어 대잠전능력이 대폭 보강됐다. 기존 호위함(1500t급)과 초계함을 대체하는 차기 호위함은 2020년까지 20여척이 배치돼 해상 방어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까지 동ㆍ서해에 12척이 실전 배치된 유도탄고속함(440t급)도 북방한계선(NLL) 수호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함대함 미사일 등을 갖춘 유도탄고속함은 북한의 경비함에 비해 월등한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잠수함 킬러로 알려진 해상초계기 전력도 보강됐다. 기존 해상초계기인 P-3C에 비해 탐지 범위가 개선된 P-3CK 8대가 추가로 배치된 것이다. 국산 구조함(3천500t)인 통영함도 지난해 9월 진수돼 시험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 함정이 예정대로 올해 하반기에 인도되면 해군의 해상사고 대응능력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해군은 특히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막기 위해 우리 잠수함을 이용한 대잠훈련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 NLL 지역 방어를 위한 전력증강 사업 중에 당초 계획보다 전력화가늦어지거나 규모가 축소된 것도 있다. 당초 초계함과 호위함 30여 척의 소나를 신형으로 바꾸기로 했으나 기술적으로 교체 작업이 힘들고 노후 함정에 많은 예산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계획은 흐지부지됐다. 대체히가로 한 것이 TACM이다. 백령도 주변 40km를 포함해 서해 NLL을 따라 총 160km의 해저구간에 적 잠수함을 원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는 수중음향센서를 설치하는 작업은 지난해 말까지 완료했어야 했지만 예산 문제로 설치가 지연됐다. 여기에 북한의 해안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도 작년 말까지 서해5도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었으나 시험발사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돼 배치가 미뤄졌다. 여기에 미 해병대 등이 이용하는 백령도 숙소는 작년 12월 착공됐으나 당초 200여명(중대급) 규모에서 30여명(소대급) 규모로 축소됐다.
▲앞으로 더 필요한 전력은= 한국해군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후 그동안 미래 비전으로 삼았던 ‘대양해군’이란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연안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대양해군이냐”는 비판 때문이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당분간 ‘대양해군’과 ‘첨단전력 건설’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각 예하부대에 전파했다. 해군의 전력 운용 방향을 추상적 미래전 대비에서 구체적 영토 수호로 대폭 선회한 것이다.하지만 장기적인 해양력 장악을 위해서는 대양해군 건설이 불가피하다.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인질구출은 대양해군의 필요성을 절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대양해군을 위해서는 연안방어만큼 절실한 전력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KDX-Ⅱ 3척이 움직인다. 해적퇴치 임무교대와 해상대기, 정비 등을 위해 3척이 한 세트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나머지 3척으로 NLL 경비작전 지원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정비와 국제 군사외교활동 등에 투입되기 일쑤여서 사실상 KDX-Ⅱ 1척만이 지원 임무에 투입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무인항공기를 탑재해 감시, 정찰, 폭격 등의 임무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무인항공기 항공모함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중전력분야는 '정보.감시.정찰(ISR)' 체계는 물론 제2의 억제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중정밀타격 전력 등이 필요하다. 또 비정규전 전투력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 해병부대의 강화로 기습상륙타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비정규전에 대비태세를 갖출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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