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화랑의 상생을 모색하는 '화랑미술제' 작품 3000여점 출품...'조각가 권진규와 명동화랑' 특별전도
카이스갤러리, 홍경택, 연필, 리넨 천 위에 유화, 38*45cm,2012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장터로 올해 31회째를 맞이한 '화랑미술제'가 개막했다. 이번 미술제는 '작가와 화랑의 전략적인 동반자적 성장'을 화두로 내던진다. 각 화랑별로 내세우는 작가 3명 이하의 특색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화상과 작가의 관계를 조명해보는 좌담회와 함께 이 시대 최고의 조각가로 칭송받는 '권진규'와 권 작가를 지원했던 '명동화랑'의 과거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특별전도 마련됐다. 또 서구에서는 미술의 한 장르로 두각을 보이며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미디어 작품'들을 따로 선보여 미디어아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와 코엑스가 주최, 국내 80개 화랑과 국내외 작가 230여명이 회화, 조각, 판화, 사진, 미디어아트 등 3000여점을 출품했다. 하태임, 이왈종, 홍경택, 이세현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번 화랑미술제의 주제는 작가와 화랑, 화랑과 컬렉터간의 신뢰를 구축함과 동시에 한국미술발전의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기존 아트 페어에서 일부 작가들의 작품이 중복적으로 출품돼 온 것과 달리 출품작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참여화랑들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가 3인의 작품으로 제한했다.
특별전 '명동화랑과 권진규'에 비치된 자료들.
전시장 한 켠에는 국내 화상 1호로 꼽히는 명동화랑의 고(故) 김문호 사장과 그가 지원한 작가 권진규와의 관계를 아카이브 형식으로 구성한 특별전이 마련돼 있다. 작가와 화상의 인연을 영상, 사진, 작품, 자료들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권 작가는 미술교과서에 수록된 테라코타 작품 '지원의 얼굴(1967)'을 만든 이다. 그는 광복 후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유학한 작가로, 일본과 한국에서 조각가로 유명세를 떨쳤다. 일본에서는 "20세기 아시아미술 역사상 최고의 스타"라고 칭송할 정도다. 김 사장은 권 작가의 작품 제작비, 생활비를 지원하면서 지난 1971년 '권진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1973년 권 작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이듬해 그의 사후 일주년 기념전을 열어줬다.김문호 사장은 초대화랑협회 회장이기도 했다. 그는 고미술에 이어, 박서보·하종현·윤형근 등 국내 추상화단의 거장들도 지원했었고, 현대구상조각으로 후원을 이어나갔다. 1970년대 당시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며 한국의 단색화에 영향을 미친 이우환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 역시 김 사장의 손을 거쳐갔다. 이번 특별전을 담당한 평론가 최석태씨는 "김문호 사장은 피카소, 세잔을 발굴하고 지원했던 유럽의 전설적인 화상 '칸바일러'와 같은 존재"라면서 "화상일을 하면서 오히려 돈을 쏟아 부어야 했지만 당시 미술에 대한 식견과 안목이 높은 평론가들을 모아 작가와 작품을 연구할 정도로 미술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그는 화상의 모범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특별전, 부부작가 '에브리웨어'의 작품
이번 미술제에는 또 미술시장의 다양화를 위해 미디어아트 매니지먼트사인 더 미디엄(The MEDIUM)이 기획한 '미디어특별전'이 열린다. 미디어아트가 가진 예술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장이다. 미디어아트는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선 하나의 미술상품으로서 규명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큐레이터 정세라 씨는 "보관과 관리가 어렵고, 비싸다는 고정관념이 큰 미디어아트에 대해 테이블과 액자 형태로 주거 인테리어용품으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미디어특별전에는 처음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작가 육근병, 강이연, 이지선, 이종석, 에브리웨어 등 총 19명(팀)이 만든 작품들이 선보인다. 미디어아트는 협업으로 진행되는 작업들이 꽤 있다. 이는 스피커, 영상 등이 활용되는 기술과 미술의 결합이 많기 때문이다. 작가팀인 에브리웨어는 특별히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놨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남편과 디자인, 미디어아트를 공부한 아내인 부부작가가 만든 것으로, 작품 속 천 위를 손으로 꾹 누르면 색깔을 입힌 먹이 퍼지듯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관람객이 참여한 모양들을 아카이빙 작업으로 작품화했다. 화랑미술제는 1979년 제1회전을 시작으로 4회까지 '한국화랑협회전'이란 명칭을 사용했다.1986년 5회부터는 '한국화랑협회미술제전'으로 개칭한 바 있다. 미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2008년에서 2010년까지 3년간 부산에서 개최했으며, 지난 2011년에는 개최지를 다시 서울 코엑스로 옮겨 매년 상반기 최고의 아트페어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이 미술제는 3만명의 관람객수를 기록, 32억 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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