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관순 누나, 누나, 누나, 누나,/언제나 3월이면, 언제나 만세 때면,/잦아 있는 우리 피에 용솟음을 일으키는 <박두진의 '3월1일의 하늘' 중에서>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며/유관순 누나를 생각 합니다/옥속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 졌대요 <강소천의 동요 '유관순' 중에서> 유관순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누나'다. 그렇게 된 데에는 위의 두 작품의 힘이 크다. 그녀(1902~1920)는 강소천(1915~1963)이나 박두진(1916~1998)에게는 '누나'로 불릴 수 있을 사람이다. 열세 살, 열네 살이 많은 큰 누나. 그녀의 심정적 나이는 두 시인의 호명에서 멈춰선 것이다. 이후 그녀는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았다. 유관순이 아우내 장터에서 시위를 벌이다 붙잡혀 서대문 형무소에서 죽어간 때는 열일곱 살이었다. 어린 소녀에 대한 우리의 찬미가 입이 마르도록 반복된 까닭은 부끄러운 역사의 자존심을 만회하려는 본능적 태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3.1절을 즈음하여 생각해본다. 이제 국민누나 유관순이 나이를 먹는 것을 허락하자. 교과서용 애국 전도사가 아닌, 망국의 고통에 절규한 인간 유관순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때가 되었다그림=이영우ㆍ글=이향상<ⓒ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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