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일본 물가가 전방위로 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기불황에 따른 디플레이션 시대에서 일본이 벗어날지 주목된다. 27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농림수산성은 이날 제분회사 등에 판매하는 수입 밀 가격을 평균 9.7% 인상한다고 밝혔다. 국제 곡물가 상승과 엔화약세에 따른 수입가 상승을 반영한 것이다.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1월 품목별 무역통계에서도 수입식품 가격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감자 등의 냉동야채와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이 지난해 10월 이후 10%이상 상승했다. 내수 부진 속에 식품회사들이 당장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가격 인상 연락을 받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관동의 한 슈퍼는 "일부 회사들이 가격 인상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제분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약 7월경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먹거리에 이어 에너지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의 전력 10개 회사와 가스대기업 4곳은 이날 연료가격 변동을 가격에 반영하라는 연료비조정제도에 따라 4월의 에너지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가솔린 가격은 12주 연속 뛰어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재 물가도 오름세다. 일본 합성섬유 전문 업체 도레이는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섬유의 도매가를 약 10% 올릴 방침이다. 비닐봉지에 쓰이는 폴리에틸렌은 3월 하순 판매 분부터 6%전후로 가격을 올린다.철광석과 석탄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엔화약세와 중국의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JFE스틸은 4월 출하 분부터 얇은 강판 가격을 20% 인상한다. 일본의 지속적인 통화 약세 정책 속에 물가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집권 내내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서 물가 상승률 2%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그토록 원하던 '디플레이션 탈피,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 회복의 온기는 일부 회사에만 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업체들과 철강업체들은 불경기나 가격경쟁 등을 이유로 수입가 상승만큼 물가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 밀가루 대기업 간부는 "인상을 바로 반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지난해 10월에도 정부가 매도가를 3% 올렸지만 가격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결국 임금인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진 만큼 가계 수입이 물가를 따라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오바타 슈이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석유와 가스, 식품 등 대체 불가능한 상품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약세는 단점도 크다"며 " 경기가 좋아져 임금이 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도 기업에게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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