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味覺이 스펙이다'..식품업게, 맛있는 면접

팔도, 라면시식 개선점 제출...샘표, 직접 요리만들어 평가

팔도가 신입사원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라면 시식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요리를 못하거나 후각이나 미각 등 관능(맛을 감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취직을 못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바른 먹거리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제품을 제공해야 하는 식음료업체들이다. 이들 회사는 스펙보다는 자사에 꼭 맞는 실무능력 위주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단순한 면접이 아닌 직접 요리를 만들거나 맛을 감별하는 등 실제 음식의 독창성과 맛 감각을 채용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26일 서울 잠원동 팔도 본사에서는 라면을 시식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의 '라면 시식면접'이 펼쳐졌다. 특히 이날 면접은 4명의 면접관에게 지원자에 대한 스펙이나 지연, 혈연 등 일체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돼 스펙이 아닌 열정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팔도의 의지가 엿보였다. 시험 감독관의 "앞에 있는 라면을 드시고, 맛에 대한 개선점과 아이디어를 말씀해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지원자(1조 8명씩 총 10조)들은 라면을 시식하고 맛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개선점,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한 지원자는 "국물과 탱글탱글한 면발이 일품"이라며 "자신이 라면을 개발한다면 실업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대 젊은 층을 겨냥한 저렴하고 매콤한 해장라면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대학생들이 시험기간에 라면을 많이 즐기는데, 라면을 먹고 나면 졸음이 온다"며 "에너지음료 같은 졸리지 않은 라면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광호 팔도 인사팀장은 "대면 면접만으로는 알 수 없는 회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알아보기 위해 라면 시식면접 등 다양한 면접 방식을 도입했다"며 "최종합격자는 5주간의 인턴과정을 거친 후 인ㆍ적성검사, 임원 면접 등을 거쳐 정규사원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이미 샘표와 SPC그룹 등은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고자 요리 면접과 관능 시험 등 이색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샘표는 성별이나 나이, 출신지역, 종교 차별없이 회사의 인재상인 겸손, 사심 없는, 열정 있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요리 면접을 실시한다. 지난해 12월에도 지원자들은 4∼5명씩 한조를 이뤄 주어진 재료로 요리를 하고 면접관들은 요리를 만드는 과정과 완성된 요리에 대해 발표하는 지원자들의 성향과 역량을 평가했다. 또 샘표는 상황면접을 통해 잠재적인 역량과 성향을 파악한다.이성진 샘표 인사팀 차장은 "요리면접과 조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상황면접을 통해 서류전형에서 드러나지 않은 지원자의 잠재능력과 인성, 윤리의식 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SPC그룹 역시 2004년부터 관능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관능시험은 소금물의 농도를 5단계로 구분해 제시된 샘플과 똑같은 맛을 고르는 테스트로 식품회사 직원인 만큼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을 평가하는 것이다.이광호 기자 k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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