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겅질겅' 60년 역사···껌이 사라진다

껌 판매량 해마다 줄어 지난해 20.6% 하락, 863만 6000㎏ 기록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기브 미 어 껌(give me a gum), 기브 미 어 초콜릿(give me a chocolate)"한국전쟁 당시 어린 아이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1950년대 기호식품이라곤 전혀 없던 국내에 미군 보급품으로 처음 소개됐던 '껌'은 어린 아이들에게 그 시절 최고의 사치품이었다. 이후 60년동안 국민 기호식품으로 사랑받던 껌 소비가 줄고 있다. 껌 시장은 60년대 박정희 정부 들어서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매년 꾸준한 신장세를 이어왔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는 외래품 판매를 엄격하게 금지했는데, 이는 국내 껌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커피, 에너지 음료 등 다른 기호식품들이 껌 자리를 대신하면서 껌 소비가 2009년 이후 감소추세다. 15일 정보 분석 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껌 판매량은 2009년부터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09년 1041만8000㎏에 달하던 껌 판매량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20.6% 하락한 863만 6000㎏을 기록했다.껌 판매량과 대조적으로 커피의 경우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1인당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커피가 2009년 281잔에서 2011년 338잔으로 17% 증가했다. 커피 수입량도 2009년 31만1000톤t에서 2011년 71만7000t으로 2배 이상 늘었다.에너지음료 역시 지난해 1000억원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성장일로다. 롯데칠성의 에너지음료 '핫식스'는 2012년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며 2011년 100억원대 매출에서 5배 뛰었다.우리나라의 껌은 1956년 해태제과가 제일 먼저 생산했다. '해태 풍선껌'과 '설탕껌', '또뽑기껌' 등은 대단한 인기를 끌며 어린 아이들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1967년 롯데제과가 창립하면서 같은 해 4월 회사에서 최초로 출시한 '쿨 민트 껌'과 '바브 민트 껌' 등도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전국의 상인들이 현금을 들고 와서 회사 앞에 줄을 설 정도였다.1970년대 말 롯데제과에서 나온 '이브껌'이 인기를 끌었는데 과일 맛 위주로 출시됐던 시장에서 장미향의 꽃향기가 첨가된 껌이 나오자 여성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해태제과는'롯데껌 3총사'에 대항하기 위해 '한마음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오리온제과도 과일 맛 껌을 출시해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1980년대 초부터는 기능성 껌이 출시되기 시작했으나 그다지 좋은 반응은 얻지 못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기능성 껌이 주목받았으나 소비능력이 증가하고 소비패턴이 다양화되면서 각종 소비시장이 세분화 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소비자들의 기호가 다변화 되고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제과업계는 기능성과 새로운 형태로 된 껌을 출시해 매출 돌파구를 찾았다. 롯데제과는 2000년 '자기 전에 씹는 껌' 자일리톨 껌을 출시하면서 껌의 역사를 또 한 번 바꾼다. 설탕과 같은 단맛을 냄에도 불구하고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한층 고급스러워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3년째 출시되고 있는 이 제품은 연 매출 1000억원을 고정적으로 달성하며 누적매출 1조 5000억원을 넘어섰다. 치아건강 자일리톨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하기도 했다.2010년 오리온도 국내 최초로 천연치클만을 이용한 '내츄럴 치클껌'을 출시했다. 당시 출시 8개월 만에 매출 150억원을 올리며 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내츄럴 치클껌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껌 종이 포장지와 달리 사각 슬라이드 형태로 된 포장용기로 여성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그러나 껌의 위상은 예전만 못 하다.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껌은 '껌 값'이라는 관용 표현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제품이 돼 인기가 주춤해졌다. 자일리톨 껌으로 명성을 회복하는 듯 했으나 최근에는 다른 기호식품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졸음을 쫓거나 식후에 입가심으로 껌을 씹었다면 이제는 에너지음료와 커피 섭취로 그 부분을 대신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껌 전체 시장은 3000억원 정도 되는데 매출의 변동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며 "치매 예방이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등 껌에 대한 효능이 외신에 보도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러한 껌의 장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껌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껌을 씹었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입 안의 상쾌함이나 집중력 향상 등이 껌 이외의 다른 제품 소비를 통해서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껌 소비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이현주 기자 ecol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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