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이 몰래 빼간 예금, 통상 절차 거쳤으면 은행 책임 못 물어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대법원은 사실혼 배우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예금을 빼갔더라도 통상적인 확인절차를 거쳐 내어준 돈이라면 은행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이모(45·여)씨가 부산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이씨는 2010년 3월 부산은행에 자유저축 예금계좌를 만들었다. 이듬해 1월 이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전모씨는 미리 챙겨둔 이씨 도장을 찍는 등의 수법으로 해당 계좌에서 3200만원을 꺼내 갔다.이씨는 예금이 부당하게 인출됐으니 이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앞서 1심은 “은행 측에 고의나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어 2심은 예금을 수령할 아무 권한 없는 자에게 돈을 내준 은행의 책임과, 통장과 비밀번호 등을 알려준 이씨의 책임을 함께 고려해 “이씨에게 96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대법원은 그러나 “인감 대조 및 비밀번호 확인 등 통상적인 조사만으로 예금을 인출해 준 은행 측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이씨의 예금반환채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상계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원심은 파기를 면치 못한다”고 판단했다.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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