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화가치 10% 하락땐 수출액 12% 감소...직접경쟁 타격 커철강, 거래단위 큰 탓에 가격경쟁·물량 공세 밀릴 땐 시장점유율 뺏겨가전, 美서 80인치급 차세대 TV 삼성 반값에 판매[아시아경제 산업부] 24일 오전 9시30분.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가총액(시총)은 각각 47조2493억원, 21조6869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를 합친 시총은 총 68조9362억원으로, 지난해 11월보다 2조원 가량 줄었다. 같은 시간 일본 도요타와 혼다의 시총은 각각 171조2306억원, 70조93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보다 각각 16조원, 7조원 정도 증가한 수치다. 현대ㆍ기아차와 도요타, 혼다 등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의 시총이 이처럼 요동치고 있는 것은 엔화약세 탓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ㆍ100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한국 자동차 수출액은 12%가량 감소한다. 반면 엔저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을 증가시키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주요시장마다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자동차 업체들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전체 판매에서 해외 판매 비중이 84%(작년 11월누계기준)에 달할 뿐만 아니라 도요타, 혼다와 직접 경쟁하고 있어 엔저에 의한 판매 타격이 불가피하다.문제는 이같은 엔저 피해가 자동차 뿐 아니라 전자, 철강 등 전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한ㆍ일간 산업전쟁이 전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산업만 하더라도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엔저가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를 쥐어주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의 가장 큰 화두는 일본의 부활이었다. 특히 TV 시장에서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업체들은 우리나라 업체들이 수년간 독점해왔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였다. 일부 업체들은 삼성, LG 보다 진보된 기술력도 선보여 기술 선진국 일본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도시바는 OLED TV를 프린팅 방식의 공법으로 만들었다. 이미 LG전자가 OLED TV 상용화를 시작했고 삼성전자 역시 연내 OLED TV를 출시할 예정으로 일본 보다는 아직 앞서 있지만 턱 밑까지 다시 추격해 온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엔저 영향으로 일본 TV 업체는 가격 경쟁력까지 얻게 됐다. 미국에서는 엔저를 등에 업고 일본 TV 업체가 80인치 이상의 초대형 TV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 TV인 초고해상도 울트라HD TV를 삼성전자가 4000만원대, LG전자가 200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업체들은 2000만원대 이하로 가격을 내리며 공세로 전환했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본 TV 업체들이 대형, 차세대 TV 시장에서 가격을 크게 낮추고 있는 상황으로 올 한해 힘든 싸움이 펼쳐질 것"이라며 "이미 80인치급 대형 TV 시장에서 도시바, 샤프 등이 가격을 크게 낮추고 있어 엔저 영향이 본격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역시 일본 업체들이 벼랑끝에서 탈출하는 모양새다. 시황 회복과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의 주문이 이어지며 실적을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엔화 부채가 많아 단기적으로 엔화약세의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철강업계도 안심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및 일본 철강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엔저가 일본 철강사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일본산 철강재의 국내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지만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 등에서 일본 제품의 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안 그래도 저가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로 대량 유입되면서 타격을 입고 있는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더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ITㆍ자동차 부품ㆍ철강 등 일본과 우리가 가장 크게 경합을 벌이는 부분에서 엔저로 인한 산업전쟁이 크게 벌어질 것"이라며 "특히 철강은 단위가 커 엔화약세에 일본의 물량공세까지 겹친다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2개월간 엔화는 10% 절하되고 원화는 8%가량 절상되며 전년보다 15~20% 상당의 갭이 생긴 상태"라며 "가뜩이나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일본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수출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산업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은정 기자 mybang21@<ⓒ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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