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날 코스피는 3거래일째 하락세를 나타내며 1970선에 머물렀다. 5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오고 있는 외국인이 '팔자' 강도를 높이면서 지수는 장 중 하락 전환했다. 거래대금이 4조원 선에서 정체를 나타내면서 수급상의 조그마한 변화도 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달 12거래일 가운데 코스피가 하락한 날짜는 모두 9거래일이다. 코스피 투자심리도(최근 10거래일 중 상승일 비율)는 20%까지 떨어졌고, 공교롭게도 1월 들어 지수가 하락했던 날은 모두 전강후약을 기록했다. 경기 여건이나 정책 대응과 같은 제반 환경들이 급격하게 악화되지 않았지만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시장 전문가들은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매물 부담, 엔화 약세와 원화가치 상승, 지난해 4·4분기 기업실적 둔화 등이 여전한 우려 요인이지만 중기적으로 봤을 때 지수는 다시 상승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펀드환매와 물가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의 소재로 사용됐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서기만 하면 나타나는 펀드 환매가 지수 상승 제한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행태재무론(Behavioral Finance)에 따르면 지수 상승기에 펀드 환매가 증가하는 현상은 평균회기 가능성에 대한 과도하고 왜곡된 맹신으로, 손실 중인 자산에 대해서 매도를 주저하는 처분효과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확실한 결과를 선호하는 손실회피성향으로 인해 매수시기를 앞당기는 확실성 효과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이와 같은 투자자의 감성적 편향은 이상현상이라기보다는 편향된 위험회피성향에 의한 본래 비합리적인 투자자의 당연한 행동 패턴이다. 결론적으로 펀드 환매라는 것은 지수 상승기의 비합리적 투자자의 행동 패턴이라는 점에서, 지수상승기 펀드 환매가 시작되면 오히려 이는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시그널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논리를 적용하여 업종을 추출해 본 결과, 미디어, 음식료·담배, 제약·바이오, 철강·금속, 통신서비스 업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이번달 외국인의 매수 탄력 둔화가 지수 약세의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특히 지난해 10월 벤치마크 변경(MSCI → FTSE)을 공식화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한국 주식의 비중 축소에 나선 뱅가드를 바라보는 눈총이 따갑다. 지난 10일 뱅가드가 상장지수펀드(ETF)의 벤치마크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전환지수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이번주 국내 증시는 본격적인 매물 출회권에 들어섰다. 총 9조2000억원 규모가 25주간 점진적 출회되는 콘셉트로 산술적으로 주간 3700억원 가량 매도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이 수급과 관련한 교란 요인으로 작용함은 인정해야 한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8~9배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는 코스피의 반등 탄력을 둔화시킬 개연성은 충분하다. 다만 동시에 뱅가드와 관련된 우려의 수준이 과도하게 부풀려질 가능성에도 경계가 필요하다. 시장에 충격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벤치마크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벤치마크 교체에 따른 시장 충격이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뱅가드 자체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한국 증시를 이탈할 수 있는 절대 매도 금액도 시장에서 회자되는 수준보다 감소할 수 있다.◆김수영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1988년 이후 PER 밸류에이션을 보면 7% 이상의 고물가 국면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의 양 극단에서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소위 '스마일 커브(smile curve)'가 형성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수익률의 경우 전반적으로 4% 이하의 낮은 물가상승률이 진행될 때에 호조가 나타나는데, 이는 2000년 이전 고물가국면에서만 확인된 것이 아니라 1990년 이후, 2000년 이후, 2009년 이후 등 각 국면별로 나눠봐도 해당된다.2000년 이후에는 중앙은행들의 통제에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안정되면서 물가의 극단에 더욱 민감하게 수익률이 반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2~4% 가량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이 진행되는 국면에서 수익률이 극대화되며, 2~3% 대에서는 밸류에이션도 극대화되는 구간이 형성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경기사이클이 저점을 통과한 후 저물가-고성장의 반등사이클이 진행되는 구간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한다.한국은 지난해 7월 이후 장기간 저물가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 증가율도 마이너스를 유지해서 당분간 물가급등 요인은 제한적이다. 중기적으로 한국 물가상승률이 1~2% 구간에 유지된다고 가정한다면, 2000년과 2009년 이후 평균을 고려했을 때에 적정 PER 및 주가순자산비율(PBR)의 평균 업사이드는 8.9~9.6%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차익실현 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나, 중기적으로 코스피 상승세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김유리 기자 yr61@ⓒ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