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국은행이 어제 의미심장한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20년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가계가 차지하는 몫은 줄었다는 내용이다. 성장 과실이 기업에 쏠리면서 기업은 부자가 되어가는 반면 개인은 가난해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하자 경제민주화가 핵심 이슈였던 대선에 영향을 준다며 발표를 보류시켰던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중 가계소득 비중은 61.6%로 1995년(70.6%)에 비해 9.0%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하락폭 4.1%포인트(73.1%→69%)의 두 배를 넘는다. 반면 GNI 중 기업소득 비중은 7.5%포인트(16.6%→24.1%) 높아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상승폭(2.0%포인트)을 웃돌았다. 1991~2011년 20년간 가계소득 증가율도 연평균 8.5%로 기업소득 증가율(11.4%)을 밑돌았다. 이런 현상은 2000년대 들어 더 심해졌다. 2001~2011년 기업소득 증가율은 10.5%로 가계소득 증가율(5.8%)의 두 배 가까이 됐다. 열심히 사는데도 삶이 팍팍해진 이유다. 지난 20년 나라경제 전체 파이는 커졌는데 기업이 가져가는 것이 근로자 몫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이유는 많지만 기업 이익이 가계로 충분히 배분되지 않은 탓이 크다. 실제로 임금상승률(2001~2011년 7.2%)이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10.5%)을 따라가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가 잦아지고 인건비가 많이 드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다른 나라보다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의 벌이가 시원찮은 측면도 있다.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는 가계저축률을 떨어뜨리고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성장의 과실이 가계에 충분히 돌아가지 않자 중산층이 붕괴되고 소비를 위축시켰다. 내수 위축은 기업 투자를 저하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해법은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동안 높은 수익을 올린 기업, 특히 수출 중심 대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이익금을 쌓아두지 말고 신규투자와 함께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많은 부분을 근로자 몫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신입사원을 더 뽑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기존 직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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