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제주 유나이티드의 동계 훈련이 한창이던 7일 서귀포 클럽하우스 훈련장. 선수들은 오전 프로그램으로 패스 연습에 집중했다. 두 시간 남짓의 러닝을 제외하면 오로지 서로 공을 주고받았다. 패스 플레이를 중시하는 팀다웠다.그라운드 밖에서 차분히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박경훈 제주 감독이 나지막이 읊조렸다."고개를 돌리는 선수가 아무도 없네."말의 속뜻이 궁금하던 찰나 그가 다음 말을 이어갔다. "패스 받기 직전 고개를 돌리는 것만 봐도 선수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다. 당장의 플레이뿐 아니라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다음 플레이까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박 감독은 대표적 예로 예전 K리그에서 뛰었던 이싸빅을 꼽았다. 그는 "예전 K리그에서 뛸 때 공을 받기 전에 고개를 네 번까지 돌리는 걸 보고 정말 좋은 선수란 걸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가장 돋보였던 제자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박 감독은 "자철이는 제주에서 뛸 때부터 공을 받기 전 부단히 주위를 살폈다"라며 "자연스레 다음 플레이의 질이 점점 높아졌다"라고 말했다.윤빛가람(성남)도 그 중 하나였다. 과거 U-17(17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박 감독은 "고개 돌리는 습관만 보고 청소년 대표팀에 뽑았을 정도"라며 "덕분에 어렸지만 그라운드 전체 상황을 읽는 능력이 정말 좋았다"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그런 점은 어려서부터 습관화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 선수들을 가리키며 "지금도 공 두 개를 놓고 패스 훈련을 하고 있지 않나"라며 "그럼 계속 고개가 움직여야 하는데 힘드니까 공만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감독은 고개를 자주 돌리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닌, 기본 자세와 연결된 행동이라 설명했다. 그는 "운동장에 나와서 뭔가 생각하고, 발전시키려고 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는 나중엔 격차가 커진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역시 구자철이 가장 좋은 본보기다. 박 감독은 "처음 제주 왔을 땐 사실 평범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 녀석은 자기 말대로 24시간 축구만 생각한다. 꿈도 축구하는 꿈을 꿀 정도"라며 "그러니 날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빛가람도 요즘 부진한 탓에 머리가 복잡하던데, 축구 외에 다른 걸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라고 말했다.작은 태도의 차이에 대한 예는 또 있었다. 박 감독은 2000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시절의 박지성을 떠올렸다. 그는 "다른 젊은 선수들은 명품 옷에 시계차고 돌아다닐 때, 박지성은 유명 메이커도 아닌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 걸치고, 가방 하나 메고 묵묵히 훈련만 다녔다"라며 "결국 제일 성공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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