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업무외(재활용품 분리) 작업으로 번 585만원 어려운 이웃위해 내 놔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구청에서 쓰레기를 줍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 12명이 1년 동안 585만원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이들 중 6명은 한 달 120시간 일해 80만원 정도를 버는 기간제 근로자들이다. 십원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하루종일 청소일을 하면서 추가로 585만원을 모았다. 지난 해는 2년 동안 800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등 한 번 더 ‘하기 싫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이 일에 앞장선 사람은 중구청 위생원실 김용화 반장(43)이다. 1992년 기능직 9급 공무원으로 들어와 청소업무를 맡아 왔다. 김 반장은 오전 6시7분이면 어김 없이 출근해 구청 본관 3층의 바닥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나면 화장실을 돌아보며 점검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김 반장을 비롯 위생원들은 구청 광장, 화장실, 복도, 계단 청소와 청사 내벽 먼지와 얼룩 제거 등 기본 업무를 마친 다음에 나머지 시간을 쪼개 재활용 작업을 벌였다. 재활용품을 처분해 버는 돈이 한 달에 약 10여만원.
중구청 위생원들의 성금 기탁
이 돈은 위생원들 간식비 정도로 쓰였다. 위생원들에게 주어지는 작은 복지 혜택이었다. 김 반장은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재활용 작업을 벌여도 대기실에서 타 마실 커피를 살 수 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김 반장은 2010년부터 일반 쓰레기통에서도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분리한 재활용품을 팔아도 액수가 적어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시세가 높아지면서 잘만 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처음에는 재활용 봉투에서 분리 수거하는 작업만도 벅찬데 일반 쓰레기까지 분류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위생원들이“안 그래도 힘들고 바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김 반장은“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돈도 더 벌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며 설득했다.이들은 구청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쏟아놓고 안에 담긴 병과 캔, 플라스틱을 분리해 나갔다. 종량제봉투에 재활용이 가능한 병이나 캔 등이 마구 섞여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 부서에서 1차 분리한 재활용품 마대에 일부 섞여있는 병 캔 알루미늄 플라스틱 종이 등도 다시 재분류했다.여유가 생긴 종량제봉투에 일반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 이런 작업으로 연간 700여만원인 중구청의 종량제쓰레기 봉투 구입비용이 크게 줄었다. 한 달에 1t도 안 되던 재활용 분리수거가 2t 가까이 나왔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쓰레기 재분리 수거작업을 통해 1석2조 효과를 얻은 것이다.재활용을 처리하면서 들어오는 돈이 월 30만원이 넘기 시작했고, 김 반장과 동료들은 이 돈을 은행 계좌에 차곡차곡 모았다. 그렇게 2년 동안 800만원이 모아졌다.땀흘려 모은 돈이라 연말에 나눠 가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김 반장은“우리는 일을 할 수 있어 몇푼이라도 받지만 아예 돈을 못 버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돈을 주자”고 말했다. 힘들고 수고스러운 작업을 해왔던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이들은 지난 2011년12월 ‘희망 2012 따뜻한 겨울 보내기’모금 행사때 이 800만원을 기탁했다. 그리고 다시 1년동안 모은 585만원을 지난 해 12월20일‘2013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보내기’모금 행사 때 냈다.김 반장은 "가끔 민원인들이 청소한다고 우리를 무시하고 욕할 때는 서럽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작은 돈이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일할 때 느끼는 설움은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최창식 구청장은 “구청사에서 재활용품을 분리 수거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산을 절감하고 힘들게 모은 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은 이 분들이 중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청장으로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박종일 기자 drea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