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전세가 치솟다보니 급기야 집값보다 비싼 전세가 등장했다. 가라앉은 매매심리와 내집마련에 대한 불안감이 장기화된 결과다. 대구와 광주 등 일부 지방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수도권도 전셋값 비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2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상북도(70.26%)와 전라남도(70.23%), 전라북도(71.15%) 등 지방도시에서는 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를 넘어섰다. 특히 대구(73.27%)와 광주(75.7%)는 평균 아파트 전세가율이 75.71%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에는 소형 주택의 매매가가 전세보다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 실제 대구 달서구 장기동에 위치한 영남네오빌비스타 112㎡(공급)의 전세는 1억6000만~1억8000만원으로 매매 하한가인 1억6000만원을 웃돈다. 인근 진천동 귀빈타운2차 89㎡도 마찬가지다. 매매 하한가는 9500만원인데 비해 전세 상한가는 1억500만원으로 전셋값이 더 비싸다. 북구 태전동의 에덴타운 76㎡는 매매와 전세 모두 9500만~1억500만원대의 거래값을 형성하고 있다.이같은 현상은 광주에서 더 두드러진다. 광산구 산정동 태양아파트 85㎡의 매매값은 5900만~6300만원대로 5800만~6000만원의 전셋값과 차이가 없다. 북구에 위치한 대주2차, 부림2차, 금호, 우성아파트 등도 전세가율이 100%에 육박했거나 이를 넘어섰다. 이중 금호아파트는 매매 하한가(1억3000만원)가 전세 상한가(1억4000만원)보다 1000만원이나 낮다.최근 몇년간 전국 분양열기를 이끌어온 충청권에서도 기현상이 포착됐다. 천안 두정동 대주파크빌A단지 105㎡의 매매값은 1억7000만~1억9500만원, 전셋값은 1억7000만~1억9000만원으로 전셋값으로 매매거래가 가능하다. 청주 사천동 동아1단지도 전세 상한가(1억3000만원)가 매매 하한가(1억2000만원)보다 높은 단지로 기록됐다. 이밖에 울산 남구와 강원 강릉, 경남 양산과 진주, 경북 구미와 포함 등에서도 아파트 전세금이 매매가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원인은 매매시장 위축과 가격상승에 대한 불안감 확산이다. 2008년부터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돌파하는 등 주택부족문제는 해소됐지만 글로벌 경기불황과 가계부채문제가 불거지며 구매력을 반감시켰다. 2008~2012년새 수도권 전셋값이 33.46% 상승한 반면 같은기간 매매값이 8.57% 하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다보니 전국 전세가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11월 전국 전세가율은 57.14%로 2008년말(42.58%)에 비해 14.56%p나 늘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저금리 기조 역시 매매ㆍ전세가 역전 현상을 가져오는 주요인으로 주택구매보다는 임차시장에 머무는 수요가 늘고 임차가격 상승압력이 저금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전세의 월세전환 구조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증부월세 선호 현상이 순수전세 매물부족을 불러오는 부작용을 일으키며 지방 일부 소형평면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값의 턱밑까지 육박하는 실정"이라며 "몇 년간 급등한 전셋값의 상승에도 한계가 있겠지만 임차수요의 구매전환이 내년에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세가율이 높은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매매-전세 가격역전 현상은 더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 부동산114
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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