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성 “좋은 앨범과 좋은 공연, 그 이상의 욕심은 없다”
<div class="blockquote">“혼자서는 오랜만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이 아니더라도 항상 긴장돼요.” 데뷔 15년차 가수 신혜성이 말했다. 1년 만에 발표한 스페셜 앨범 < Winter Poetry >와 타이틀곡 ‘그대라면 좋을 텐데’로 돌아온 그는 나직한 음성으로 새 앨범에 대한 설렘과 가수로서 자신의 자리에 대한 생각, 대한민국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의 멤버이자 “남들이 보기엔 정말 재미없게 사는” 30대 독거남의 일상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런 신혜성과의 이야기가 끝날 때 즈음에는 스스로 연예인다운 ‘끼’가 없다고 인정하는, 하지만 신기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이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 남자의 고집스런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모든 게 삭막하게 변해 가지만, 음악은 따뜻한 거잖아요. 그리고 음악만큼은 내가 하는 일이니까 그 감수성을 지켜가고 싶어요.” 멋쩍은 얼굴로 애정을 고백하는 그는 여전히 수줍은 소년의 마음을 지닌 왕자님이었던 것이다.
< Winter Poetry >는 지난 해 발표한 < Embrace >의 연장선에 있는 동시에 한 장의 독립된 앨범이기도 하다. 짧은 간격으로 싱글이나 EP를 발매하는 가수들이 점점 늘고 있음에도 여전히 ‘앨범’이라는 전통적인 형태의 결과물을 내놓고 솔로 활동을 하게 됐는데. 신혜성: 이건 내 고집일 수도 있고 지향점일 수도 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좋아하는 가수 앨범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카세트테이프와 CD를 사서 전곡을 달달 외울 정도로 듣곤 했다. 예를 들어, 서태지와 아이들 새 앨범이 나오는 날이면 레코드 가게에 줄 서서 기다렸던 추억이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런 일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게 아쉬운 가수 중 한 명이다 보니 내 솔로 앨범만큼은 타이틀곡을 포함해 전곡을 다 들었을 때 기다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하고 싶다고 계속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회사 상황이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지만 그동안은 잘 맞아떨어져서 꾸준히 그렇게 해 왔고, 앞으로도 그 부분은 타협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H3>“굳이 ‘싱어송라이터’라는 이름에 집착하지는 않는다”</H3>
어느 정도 활동 경력이 쌓인 가수들은 작사, 작곡이나 프로듀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경우도 많은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보컬이라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 같다. 신혜성: < Embrace >는 프로듀서인 메이트의 임헌일 씨를 믿고 만든 앨범이다. 내가 모던록이나 소프트록 장르를 잘 알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의 음악에 내가 노래를 부르는 감성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사실 가수 활동을 오래 하다 보면 당연히 내가 곡과 가사를 써야 뮤지션 같고 멋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웃음) 하지만 누구나 다 뛰어난 작곡 능력을 갖춘 건 아니니까 내 경우는 더 잘 하시는 분들로부터 좋은 곡을 받아 풍성한 앨범을 만드는 게 더 만족스럽고, 굳이 ‘싱어송라이터’라는 이름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사를 썼다가도 다른 사람이 쓴 게 나으면 그걸로 바꾼다. 나보다 앨범의 완성도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앨범’을 위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놓고 나면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지 않나. 아무래도 애정이 더 담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신혜성: 2005년 ‘같은 생각’을 작업할 때였다.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이니 작곡은 못 해도 무조건 작사는 하고 싶었다. 박창현 씨가 곡을 만들어 줬는데 내가 가사를 써보겠다고 했더니 그럼 둘 다 써서 좋은 걸로 붙이자는 거다. 그런데 사실 당시 창현이 형이 썼던 가사가 좋았는데도 내 걸 쓰고 싶어서 세 번, 네 번을 다시 써 갔다. 그냥 욕심이었다. (웃음) 누가 봐도 곡을 쓴 사람이 작사를 하는 게 더 어울리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나머지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가사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한동안 고생했다. 결국 창현이 형이 쓴 가사를 바탕으로 내가 조금 바꿔 붙여 공동 작사 개념이 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어린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 자신과 잘 맞는 프로듀서를 만난다는 건 운 좋은 일인 것 같다. < Embrace >의 프로듀서이자 < Winter Poetry >의 틀을 잡아 준 임헌일과는 어떤 식으로 소통을 해 나갔나. 신혜성: 헌일 씨는 섬세하고 조용한 성격인데 은근히 카리스마가 있다. 나보다 네 살 어린데 “아, 네. 예...” 하면서 다 들어주는 것 같다가도 “근데요-” 하고 자기주장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도 결국 “아...그게 맞는 것 같다” 하고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약간 말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웃음) 기본적으로 프로듀서를 믿고 간 앨범이라 최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KBS ‘불후의 명곡 2’ 김범룡 편에 출연해 ‘준비 없는 이별’을 불렀는데, 오랜만에 혼자 방송에 출연하니 어떻던가. 신혜성: 굉장히 힘들었다. 예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꽤 많이 출연했지만 그걸 통해 배운 건 역시 어색하다는 점이었다. (웃음) 경연이라는 틀 자체가 내게는 잘해야 본전이기도 하고, (손)호영 씨 외에 출연자들 대부분이 후배인데 내가 인맥이 넓은 편도 아니라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고맙게도 (전)진이가 커피 들고 응원을 오기도 했고, 첫 방송치고 큰 산을 넘은 것 같아 후련한 마음도 있다. 요즘은 음악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최대한 나가려고 한다. 예능이나 연기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킨 다른 멤버들과 달리 음악 외의 개인 활동을 하지 않기도 하고, 방송 출연도 적은 편이다. 지난 15년이 그랬듯 앞으로도 이 일을 직업으로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대중으로부터 잊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없나. 신혜성: 없다면 거짓말인데 크지는 않다. 내 목표 자체가 어딜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는 그런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물론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계속 앨범을 낼 수 있는 거기도 하지만 싸이 형처럼 대박 나서 전 세계로 나가는 꿈 같은 건 없다. 그렇다고 ‘난 방송 안 해도 돼’ 라는 자신감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짜여 있는 활동을 따라가는 건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앨범을 내면 들어주고 공연을 하면 와주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은 자유롭게 열심히 하고 싶다. <H3>“강아지 알레르기가 있어 브라우니를 키우고 있다”</H3>
그에 비해 JTBC <신화방송>은 멤버들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로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고 벌써 10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진행되다 보니 스스로 편해진 면도 있을 것 같다. 신혜성: 처음에는 정말 부담 백배였다. (웃음) 하지만 어쨌든 내 결정이었고 이미 시작된 거니까 최대한 열심히 했다. 지금은 시간이 꽤 흐르다 보니 심적으로 많이 편해져서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하는 게 자연스럽기도 하다. 내가 도움 받은 것은 물론 <신화방송>이 신화라는 팀에 도움을 준 것도 많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나 발레처럼 몸을 사용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미션이 주어졌을 때는 굉장히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웃음) 신혜성: 오늘 주제가 발레면 ‘요걸로 한 번 웃겨야지’ 하고 콘셉트를 짜 가는 게 아니라 촬영장에 딱 가서 ‘오늘 뭐 배워요? 발레요?’ 하고 당혹스러워하는 그 자체가 웃긴 것 같다. 예전에는 당혹스런 상황이 생기면 방송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 이게 나가도 돼?’ 하면서. 그런데 지금은 그냥 준비하거나 계획하지 않고 그 상황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그게 재미 요소가 되는 것 같다. 다른 영역보다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에 굉장한 재능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혜성: 내 리스트에서는 내가 항상 1등이다. 2등은 자주 바뀌는데 지금은 앤디다. (웃음) 예전에는 워낙 게임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덜 한다. 집에 있으면 오히려 영화 볼 때가 많은데, 몇 년 전에 소속사 대표님께서 “혜성이 집 같은 데 CCTV 설치해놓고 나중에 돌려봐도 진짜 재미없을 거야” 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나 스스로 인생이 재미없거나 하지는 않은데 특별한 뭔가에 꽂히는 편이 아니라 남들이 보면 무미건조한 삶일 것 같다. 날 좋을 때는 자전거를 한창 열심히 탔지만 그런 건 남들도 다 하는 거니까, 얼마 전에는 회사 캠프 때 소품으로 구입했던 브라우니 인형을 얻어왔다.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어서 진짜 강아지를 키우지는 못하고. (웃음) 12월 30일과 31일에는 단독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는데, 사실 솔로로서의 공연은 신화의 공연과 전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지금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였겠지만 처음 단독 콘서트를 준비할 때는 부담도 크고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다. 신혜성: 처음에는 뭔가 나답지 않은 것조차 해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있었다. 화려한 효과도 나와 줘야 할 것 같고, 관객과의 토크 때도 뭘 할까 어떻게 웃길까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고, 걸그룹도 한번 따라해야 할 것 같고, 코믹한 무대도 보여줘야 할 것 같고... (웃음) 그러다 보니 공연 자체에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생겼고 끝난 뒤에도 후련하지가 않았다. DVD로 다시 봐도 ‘내가 저기서 왜 저랬지’ 하는 민망함이 들었는데,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하는 거니까 내가 편하고 즐겁고 나다운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매번 느낀 것들을 반영해가며 점점 신혜성 다운 공연을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건 ‘듣는 공연’이지만 이번에는 연말이고 해서 조금 더 활기찬 분위기를 준비했다. 댄서들과 신나게 춤도 출 것 같고, 엄청난 파격까지는 아니지만 보여드렸을 때 빵 터질만한 걸 몇 개 준비했으니까 기대하셔도 좋다. 데뷔 전에는 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 15년 동안 이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있었던 바탕에는 무엇이 있었던 것 같나. 신혜성: 처음에는 가수 아니면 할 게 없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다 우연히 오디션에 붙어서 한국에 왔는데, 사실 우리 집은 돈이 많아서 나와 동생을 유학 보낸 건 아니었다. 다른 유학생들은 씀씀이도 여유롭고 차도 있었지만 우리는 정말 빠듯했고 부모님도 힘들게 지원을 해주셨다. 그러다 덜컥 한국에 돌아와 가수를 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은 황당하셨을 거고, 나 역시 이걸로 끝장을 안 보면 오도가도 할 수 없었다. 가수라는 꿈을 품고 있다 뛰어든 게 아닌 만큼 뭣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노래만 조금 할 뿐 태생적으로 ‘끼’가 없다 보니 신인 때는 카메라가 너무 어색하고 떨렸다. 가끔 멤버들 없이 혼자 방송에 나가 부들부들 떨고 있으면 ‘나는 가수 할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여기 와서 고생을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점점 쌓이다 보니 이게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솔로 활동을 하면서는 더더욱 그런 마음을 갖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도 어떤 활동을 하든 변하지 않을 것은, 전체를 들을 만 한 앨범을 만들고 그걸 라이브로 들려주는 공연을 하는 가수로 사는 거다. 좋은 앨범과 좋은 공연, 그 이상의 욕심은 없다. * 더 자세한 이야기와 다양한 사진은 월간지 <10+star>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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