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서] 체조스타 신수지의 '댄싱위드골프'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신수지가 최근에는 골프 재미에 푹 빠졌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체조가 제일 쉬웠어요."티 위에 공을 올려놓고 다섯 차례나 허공을 휘두른 신수지(21)가 "골프를 해보니 체조가 제일 쉬웠네요"라며 파안대소했다. 은퇴한 체조선수 신수지가 다음 달부터 본지에 <신수지의 댄싱위드골프>를 연재한다. 여성골퍼들의 골프입문을 도와주는, 이른바 초보탈출기다. 미국프로골프(PGA) 클래스A 멤버인 국내 최고의 교습가 장재식 프로가 레슨을 맡았다. 은퇴 이후 학업에 열중하면서 방송 오락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신수지를 지난 2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만났다.▲ "1등 아니면 안 돼"=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0년 말 리듬체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운동을 시작하는 보통 선수들에 비해 늦깎이였다. "운동을 무척 좋아했는데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반대했어요"라는 신수지는 "하루는 TV에서 리본 체조 경기장면을 보고 매혹돼 부모님을 졸랐고, 집에서 막대기에 줄을 달아 혼자 춤을 추기까지 했다"고 입문 동기를 소개했다. 사실 예전에도 취미로 발레를 했고, 아버지를 따라 등산과 암벽타기에 도전할 정도로 스포츠 마니아였다. 체조가 그나마 덜 위험하겠다고 판단한 부모의 허락이 떨어지자 하루에 13시간씩 혹독한 연습을 반복했다. 어머니의 열성도 남달랐다. "저도 한 성질 하는 편이라 한 시합장에서 연습실 바닥이 거칠고 천장이 낮다고 곤봉을 집어던지며 투덜대는데 엄마가 불같이 화를 내면서 혼을 냈어요. 연습이나 하라고."하루 종일 연습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아졌다. 시작한지 불과 1년 만에 협회장배와 KBS배, 전국체전 등 주요 대회를 휩쓸었다. "엄마는 꼭 1등, 그것도 전 부문 1등을 강조했다"는 신수지는 "리본과 공, 곤봉, 후프 등 각 도구 부문에서 모두 1등을 해야 했고, 당연히 종합순위도 1위였다"고 했다. 어머니의 극성(?)까지 가세해 시작한지 1년 남짓한 6학년 때는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발탁됐다. 중학교 3년 내내 주니어 국가대표를, 고등학교 때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대표를 지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경험을 발판으로 이듬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땄다. 한국 리듬체조가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거듭하면서 가능성을 입증시킨 장본인인 셈이다. 은퇴 이유를 묻자 한 버라이어티 쇼에서 "체조에서 22살이면 할머니예요"라고 대답해 화제가 됐다는 이야기로 대신했다.

▲ "골프는 중독성 있는 게임"= 지금은 세종대학교 체육학과에 재학 중이다. 대학원에 진학해 지도자의 길을 꿈꾸고 있다. 수업 과목 중에 골프가 있어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했다. 아직 초보자 수준이지만 열정만큼은 골프광이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요"라는 신수지는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골프만큼은 공을 때릴 때의 짜릿한 느낌이 정말 좋다"고 했다.신지애(24ㆍ미래에셋)와도 인연이 있다. 같은 매니지먼트사(세마스포츠) 소속이다. "지애 언니는 한국 올 때마다 만나는 절친한 사이"라면서 "언니가 연습하는 곳에 따라가 뒤에서 한 수 배우기도 해요"라며 자랑을 늘어놨다. 아직 정규 코스를 다닐 만한 실력은 못 돼 파3골프장을 주로 다니는데 먼 곳도 마다 않는 열정이 또 다시 작동하는 분위기다. 촬영을 하다 보니 보통 초보골퍼들이 실제 코스에서 샷을 할 때 긴장하는 모습과 달리 운동선수 출신답게 두려움이 없다. 시원스럽게 헛스윙을 하고도 "이렇게 치라는 이야기지요?"라며 큰 소리로 웃으며 쑥스러움을 만회한다. 어쩌다 잘 맞은 드라이브 샷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아이언 샷이 페어웨이 벙커를 가로질러 넘어갈 때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홀 근처에서 1m짜리 퍼팅을 번번이 놓쳤지만 재미있어 어쩔 줄 몰라 했다. 체조를 오래 해 온 터라 척추가 C자로 휘어져 오히려 골프하기에 좋은 몸 구조는 아니다. "체조가 훨씬 쉽네요"라고 말하지만 홀에 들어간 공을 무릎 하나 구부리지 않고 꺼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특기를 활용해 동반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더불어 유쾌한 플레이를 즐겼다. 출중한 외모에 선수 시절에도 방송 제의를 자주 받았다. 최근 MBC '댄싱위드더스타'에서 남다른 춤 실력을 과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선수 생활을 할 때는 방송을 병행하고 싶지 않았다"는 신수지는 "하지만 이제 여유가 생기니 가끔 출연하게 됐고 재미도 있다"며 스포츠 프로그램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본지에서는 다음 주부터 12주간 '신수지의 댄싱위드골프'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인천=손은정 기자 ejs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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