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완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
CTO(Chief Technology Officer)라고 소개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SK텔레콤은 무엇을 개발하냐?"는 것이다. 정보통신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제조업처럼 제품도 없고, 구글 같은 서비스기업처럼 소프트웨어도 없는 통신사의 연구개발(R&D)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원론적으로는 기술개발 엔지니어의 역할은 R&D 예산과 인력을 활용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그 결과로 수익을 창출하거나 기업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R&D의 기본이다. 통신사의 R&D는 제조업체의 제품개발과는 다르지만,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와 생산기술개발과 비슷하다. 통신망(Network)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유선전화나 이동전화의 통화를 연결해주는 무형의 서비스가 제품인 만큼 정보통신시스템을 아우르는 거대한 장치를 여러 협력업체와 공동개발하는 엔지니어링 활동이 통신사 R&D의 중심이다. 다시 말해 철강업체, 정유사, 반도체회사, 자동차기업 등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기업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생산설비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통신사도 수천명, 수만명의 R&D 인력을 보유한 휴대폰 제조사, 통신장비 개발사, 반도체기업, 인터넷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등 세계 일류 통신 및 정보기술(IT) 전문기업들과 협력해 통신서비스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등을 개발하고, 이를 운용해 '통화'라는 서비스상품을 만들어낸다. 통신사업자는 직접 장비를 만들고 유형의 상품을 제공하지 않다 보니, 마치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처럼 중립적인 위치에 놓인다. 세상의 어떤 제조사와도 경쟁관계에 있지 않으니, 모든 제조기업과 정보공유가 자유롭다. 그 결과로 정보통신기술(ICT)에 의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어떠한 기술이 서로 경쟁하고 미래의 승자가 될지에 대해 제조사보다 더 폭넓은 식견을 가지게 된다. 휴대폰 제조사는 코끼리 다리만, 반도체 개발업체는 코끼리 코만, 소프트웨어 업체는 코끼리 꼬리만, 또 다른 기업은 코끼리 귀만 만지는 데 비해 통신사업자는 코끼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전체를 바라보며 향후 어떠한 신기술을 통신망에 도입하면 좋을지, 도입된 신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해 그 어느 제조사보다 훨씬 예민한 '촉'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ICT 생태계를 리드하는 통신사업자 R&D 파워의 원천이다. 특히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ICT 산업 전반이 모바일로 재편되는 상황 속에서 이동통신산업은 훨씬 더 빠른 기술적 진화와 서비스 트렌드의 변화를 겪고 있다. 구글과 트위터는 모바일과 ICT가 만들어낸 새로운 창조물이다. 정보통신 영역에서의 혁신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월등한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의 통신서비스에서 기인한다. 모빌리티(Mobility)라는 대세를 우리 곁으로 더욱 가까이 오게 만든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에 있어서도 한국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의 휴대폰도 충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다양한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IT 기술도 IT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동통신 R&D는 한국의 ICT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데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국내 단말 제조사, 서비스기업, 콘텐츠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인프라를 제공하고, 연구개발에 있어 협력해 나간다면 앞으로 3년 이내에 페이스북, 유튜브 못지 않게 세계인 모두가 즐기는 명품 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변재완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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