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은평뉴타운 '르네상스'.. 아직은 실속 없어

"수요자들 북적·전화벨 요란하지만 가계약만 하는 수준"

▲지난 7일 기존 분양가 할인에 더해 리폼 비용 지원을 통해 최대 2억여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발표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은평뉴타운 전경.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박원순 시장이 지난 7일 은평뉴타운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적어도 500통 안팎의 문의 전화가 집중되고 방문객도 미어터져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다.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세워지지 않은 터라 정확히 팔려나간 수치는 없지만 관심이 뜨거운건 사실이다."(SH공사 관계자)"2억원 이상 분양가를 할인해 준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실제로는 그와 좀 다른 것 같다. 정확한 할인혜택 등은 조금 기다려야 알 수 있다고 해서 일단 500만원 내고 좋은 동·호수에 가계약만 해놓고 가는 길이다."(은평뉴타운 미분양 가계약자)은평뉴타운 분양사무소가 활기를 띠고 있다. 미분양 할인 혜택과 '리폼' 비용 지원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말까지 단지를 둘러보기 위해 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이곳을 찾아 뒤엉켰다. 앉을 자리조차 없이 북적이던 사무소는 이내 직원과 방문객들이 함께 은평뉴타운 곳곳에 남아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살펴보기 위해 차례로 자리를 뜨며 비로소 한가해지곤 했다.정부의 9·10 대책에 따른 취득·양도소득세 감면에, 분양가 추가 할인 등의 지원책이 발표되자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누리려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대책 발표 직후 이틀동안 150명 이상이 현장을 찾았고 주말까지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하지만 계약이라는 성과를 바로 건지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할인분양에 대한 오해가 적잖아서다. 기존 실시하고 있는 10~12% 분양가 할인에 기타 비용 지원을 통해 최대 2억2500만원 할인 '효과'를 준다고 발표했는데 수요자들은 최초 분양가에서 2억2500만원을 할인해 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더구나 입주 2~3년차를 맞으면서 오랜 시간 집을 비워둔 데 따른 노후 설비 등 교체 비용, 구조변경 등의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아 실수요자들이 답답해했다.◆뜨거운 '관심', 계약은 '아직' =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은평뉴타운은 서울시내에서 쾌적한 자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손꼽히는 입지다. 또 유럽풍으로 설계된 단지들은 세련된 느낌을 줘 은퇴한 수요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도 대형 주택들 수백채가 4년 가까이 주인을 찾지 못한채 비어있다. 수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중심사업지구의 초대형복합쇼핑몰 '알파로스'와 불편한 교통 등도 단점으로 지적된다.할인분양 소식이 알려지자 미분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가계약만 하루에 30여건 이뤄질 정도였다. 은평뉴타운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은 101~166㎡ 대형 평형이어서 은퇴한 노부부가 가족들과 함께 살거나 깨끗한 자연환경을 누리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이번 대책 발표 이후 기존에 상담받았던 사람들까지 다시 찾는 등 관심이 높아 하루 만에 30여건의 가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하지만 분양관계자들은 가계약을 권장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할인계약 등의 내용이 공문으로 내려오지 않아서다. 그는 "아직 할인에 대한 공문 등이 전달되지 않아 현 상황을 잘 설명하면서 계약금 100%를 환불할 수 있는 가계약만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로인해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분양가 할인 등 혜택이 본인이 생각했던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다며 실망하면서도 관련 내용이 명확하게 나오면 계약할 의사는 충분히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씨는 "공기가 맑고 단지가 예뻐 항상 관심이 있었는데 입지, 교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생각에 망설였다"면서 "박원순 시장이 집무실까지 만들 정도로 관심이 높으니 추가적인 혜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가계약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이모(여·59세)씨는 "구체적인 대책을 확정하지 않고 발표부터 하니까 현장에서 혼선이 생긴 것 같다"며 "리폼 등을 통해 부분 임대가 가능하다면 충분히 계약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할인해서라도 미분양 없애야" VS "기존 입주민과 형평성 문제" = 기존 분양가 할인 혜택에 '리폼' 비용까지 최대 2억원 이상 할인 효과를 준다는 얘기에 은평뉴타운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주민들은 최초 분양가대로 지불하고 입주한 입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한편에선 혜택을 줘서라도 미분양을 없애야 장기적으로 은평뉴타운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은평뉴타운 2단지에 거주하는 조모(여·45)씨는 "삼겹살을 먹으려면 연신내까지 나가야 할 만큼 상업시설이 부족한게 현실"이라며 "이런저런 혜택을 통해 미분양이 팔리고 입주가 완료되면 단지도 활성화되고 중심상업지구 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신모(67세)씨는 "은평뉴타운에 큰 평형을 많이 넣은 게 잘못"이라며 "자신들(서울시)이 잘못해 놓고 이제 와서 분양가 할인해 입주시킨다고 하면 기존 입주자의 손해는 누가 보상해주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미분양에 지원해주는 지원금도 결국 세금인데..."라며 "분양가 전부 다 주고 입주한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불만섞인 목소리를 냈다.부동산 중개업 관계자들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은평뉴타운 H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10% 할인해 준다고 처음 발표됐을 때도 주민들 반대가 심했는데 추가 지원까지 약속하면 입주민들이 가만히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고 섣부르게 발표된 미분양 대책에 대해서도 실망스러워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를 공인중개업소에서도 중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문이 와서 SH공사에 문의했더니 아직 정확한 계획이 안 나왔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수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구는 현재 높은 펜스로 방치돼 있었다.

이민찬 기자 leem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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