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낮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반가운 이유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역시 인간은 앞날을 알 수 없는 것 같다. 유럽의 국채위기로 글로벌 성장 견인차 중국의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미국도 금융위기의 여파를 말끔히 버리지 못해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많았지만 곳곳에서 구원투수가 등장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유럽의 국채위기는 여전히 연소를 계속하고 있지만 파괴력은 과거처럼 강하지 못하다.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유럽연합은 물론이요 미국과 일본,중국 모두 돈을 푸는 양적완화로 대응했다. 덕분에 미국의 성장률은 3·4분기에 2%를 기록했다.지난달 취업자수는 17만1000명이 증가해 2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6조6000억 달러가 날아가버린 주택 가격 하락세도 멈췄다. 가계부채도 2007년 가처분 소득의 134%에서 113%로 줄어들어 미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양적완화는 계속될 게 확실하다. 미국 정부는 이미 실업률이 확실하게 떨어질 때까지 양적완화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해놓았다.시기를 정하지 않고 월 400억 달러어치의 유가증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다. 주말 직전인 금요일 희소식은 중국에서 나왔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7%에 그쳤다는 뉴스였다. 9월(1.9%)에 이어 두달 연속 하락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관리목표치 4%를 크게 밑돈다. 중국의 CPI는 지난 1월 4.5% 이후 9개월째 정책 목표치를 밑돌아 중국 정부에 자신감을 심어줬을 것으로 보인다.지난 1일 나온 제조업지표에 이어 두 번째 희소식이다. 10월 중국의 구매자관리지수는 50.2로 9월(49.8)보다 개선됐다. 50이상이면 경기가 확장임을 나타낸다.이 지수는 중국 공장이 더 바빠졌음을 보여줬다.이를 놓고 중국 경제가 ‘완만하게 반등하는’ 가운데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 저우 샤우촨 인민은행 총재는 발표 하루전인 목요일 기자들을 만나 “10월 데이터는 회복조짐을 보여주는 것이다.국내 경제는 좋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 자신감에 찬 발언이었다.중국은 3·4분기 성장률이 7.4%로 고꾸라들면서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한 장본인이다. 그동안 통화완화 정책과 재정정책을 동시에 써면서 경기부양을 해왔다. 중국 CPI가 관리 목표치 절반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물가가 급등한데서 배운 교훈 덕분임에 틀림없다.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승인하되 2009~2010년에 했듯이 현금을 쏟아붇지는 않았다.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주간 단위로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물가가 급등하면 언제든지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지난 2일로 끝난 한 주 동안에는 주간단위로는 가장 많은 607억 달러(3790억 위안)을 투입하는 등 금융시스템에 현금을 넉넉하게 공급했다.물가가 잡힘에 따라 중국 역시 경기부양을 계속 할 것으로 예상된다.한마디로 물가는 더 이상 중국 정책당국자의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특히 중국 공산당은 15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차기 지도부는 중국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경기부양 카드를 꺼낼 들 가능성이 농후하다.인민은행이 고려함직한 대안은 현재 20%인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가 떠오른다. FT는 8일 노무라 증권의 분석가인 장 지웨이가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10월 CPI는 인플레이션은 현재 정부의 주된 관심사가 아님을 확인시킨다”면서 “성장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완화정책은 4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어쨋거나 좋은 소식이다. 중국이 살아나면 한국같은 중국 교역 상대국은 수출이 늘고 호주와 같은 자원 생산국은 자원 수요가 많아 경제가 살아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유럽은 수출을 할 수 있어 경기의 불꽃을 피울 수 있어 반길 것이다. 미국이 연방지출 삭감방안을 찾지 못하면 내년초에 지출삭감과 세금인상으로 미국 경제는 물론 온세계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재정절벽(fiscal cliff)만 기사거리만 남을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중국이 좋아지면 온 세상도 좋아지는 모양새가 또 연출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지나칠까?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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